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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모 Mar 30. 2018

잡았다 이놈! 5억 달러 횡령 스캔들

[앙골라] 신임 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

    5억 달러, 한국 돈으로 약 55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나랏돈을 해외의 개인 계좌로 인출한 사람이 있다



사건·사고는 (전임)대통령 아들 담당?


    사건의 주인공은 앙골라의 조제 필로메누 두스 산뚜스(José Filomeno dos Santos)이다. 그는 2017년 사임한 전임 대통령 조제 에두아르도 두스 산뚜스(José Eduardo dos Santos, 이하 JES)의 아들이다. 


    일명 '제누(Zenú)'로 불리는 그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앙골라 국부펀드(Fundo Soberano de Angola, FSDEA)의 총괄 매니저였다. 재직 기간 동안 자기 친구에게 운영을 맡기고 4100만 달러의 개인 보상을 지급하는 등 여러가지 이슈를 만들곤 하였다. 결국 신임 대통령 취임 이후 이전의 이슈가 문제가 되어 최근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가 이번에 큰 횡령을 하다 적발됐다. 지난 3월 26일 기소당한 제누는 앙골라 중앙은행인 앙골라 국립은행(Banco Nacional de Angola) 자산 5억 달러를 영국 HSBC은행의 개인 계좌로 옮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과 관련하여 앙골라 중앙은행의 전임 은행장도 함께 기소된 상태이다.


5억 달러 도둑질 혐의를 받고 있는 제누.


    앙골라 국부펀드는 이를 운영함으로써 산유국으로서 획득한 부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2011년에 5억 달러의 자금으로 시작되었고, 지금 그때의 그 5억 달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같은 액수의 나랏돈이 외국으로 유출된 상황이다. 앙골라는 유출된 국가자산의 회수를 위하여 세계 각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영국 사법 당국에서는 자금 거래와 관련된 은행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HSBC은행과 Standard Chartered 은행이 관련되어 있고, 관련 계좌는 모두 동결된 상태라고 한다. 



    제누의 누나는 이자벨 두스 산뚜스(Isabel dos Santos)이다. 그녀는 포브스지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대부호이며, 2018년 3월 현재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이다! 그 재산은 무려 26억 달러(2.6 billion USD)에 이른다. 

    JES는 딸을 국영 원유기업의 사장 자리에 앉힌다. 앙골라는 아프리카 내 석유 생산 2위 국가이고, 국가 경제에 석유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는 정말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누가 그랬듯 최근에 현 앙골라 대통령에 의해 해임당하였다. 



   대한민국 정치권에서도 전·현직 최고 권력자를 둘러싸고 위와 비슷한 일이 여럿 일어나고 있다. 뉴스를 보면서 그들이 "훔쳐간" 것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기가 차서 더 이상 어떤 생각을 하기가 싫어진다.


    이제라도 밝혀져서 다행인 것인가? 그렇긴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의혹들이 그 당시에도 분명히 제기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났던 바로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실(혹은 그에 가까운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속고만 있었을까?


    그때와 지금의 차이라고 하면 인터넷 사용이 좀 더 편리해졌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불편함 없이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공유될 수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과 SNS가 널리 보급되고 난 지금에야 우리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정보를 생산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부정부패 척결은 어쩌면 이 시대의 목소리인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이집트, 브라질 전 대통령, 브라질 현 대통령 탄핵 시위 장면.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의 불평등 해소는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여론을 자극하는 것 같다. 아랍의 봄, 이웃나라 일본의 최근 상황, 브라질과 대한민국 대통령 탄핵, 모잠비크와 앙골라에서 나오는 부정부패 척결 선언까지 청렴결백한 태도가 필요한 세상이다. 정직한 정치인을 원하는 여론은 어쩌면 나중에 역사책에서 우리 시대의 특징으로 기록될 전 세계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제누 사건은 앙골라 정치개혁의 상징이다


    상당수의 앙골라 사람들은 이번 사건이 크게 다뤄지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예전 같았으면 법원에 가기 전에 묻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제누가 앙골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작년 9월 JES는 38년의 긴 독재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그러면서 주엉 로렌쑤(João Lorenço, 이하 JLo)를 후계자로 지명하였다. 본인은 집권당인 MPLA당 당수로 물러나면서(?) 말이다. 사임 후에도 본인의 영향력을 이전처럼 행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


왼쪽부터 앙골라 2대 대통령 JES, 3대(현) 대통령 JLo.


     이에 JLo는 본인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JES가 본인 정권의 언론홍보 수단으로 이용했던 국가 기관인 Grecima를 폐쇄하도록 지시하고, 경찰청장과 국가정보기관 수장을 해임하는 등 조금씩 전임자의 힘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JES의 딸인 이자벨이 요직에서 내쫓긴 것과 아들인 제누의 부정이 제대로 드러난 것을 보면 JLo의 권력기반 강화 의지는 더없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사회개혁에 큰 뜻을 품고 행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로지 정치적인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앙골라 사회 발전 차원에서 긍정적인 전개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이미 아프리카 관련 인터넷 언론매체들과 SNS에서는 앙골라가 변화하고 있다는 기대에 찬 글들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그렇기에 우선 앙골라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이런 흐름이 지속되어 정말로 의미 있는 정치개혁이 일어날 것인지, 아니면 JLo가 또 다른 JES가 되어 독재정치를 이어나가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JLo가 JES와 비슷해지려고 하면 앙골라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수신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사회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앙골라를 바라보는 개발협력 전문가의 시선 속에는 이런 질문들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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