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모 가전회사 해외영업팀 면접에서 들은 질문이다.
"그래서 왜 영업입니까?"
그 회사 해외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나름 많이 조사해 갔다. 그러나 '영업'이라는 업에 대한 이해와 고민 없이, 열정과 정보만 들고 면접장에 간 나는 '그래서 왜 영업이 하고 싶은지'를 어필하지 못했고, 결국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했다.
벌어둔 돈이 다 떨어져서 이제 일을 해야 하는데, 공고를 보니 영업쪽 공고가 많았다. 재작년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영업이 어떤 일인지, 고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사뭇 궁금해졌다. 그런 마음으로 도서관 경제경영 서가를 뒤적이다가 이 책을 만났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책이고, 목차 구성이 썩 알차 보여 집어 왔다. 읽으면서 꽤 감동이 있었다. 다시 볼 부분들이 있었고, 이제 그 내용에 내 감상을 덧붙여 정리해 본다.
1.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영업도 잘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돈을 벌 수 있다는 허상을 버려야 한다. '영업 전문가'가 책의 초장에서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2. 철저한 자기부인만이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냥 하던 대로 하는데 뭐가 바뀔 리가 없다. 고통 속에서 영업만이 살길이라 생각하며 일했던 저자가 한 말이기에 더 공감이 되는 내용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일은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3. 같이 술을 한잔 해야 하는 것이 영업이 아니다. 저자의 지론은 '밤 비즈니스는 없다'라고 한다. 영업에 대한 나의 오해와 걱정이 풀리는 대목이었다. 밤에 만나는 관계에는 잃는 것이 얻는 것을 압도한다고 한다. 영업 고수가 이렇게 말한다.
4. 영업인과 고객의 관계는 돕는 이와 도움받는 이의 관계이다. 고객의 노예가 된 듯 행동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갑'이 되는 영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영업인이 갑이 되려면 고객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하고,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5. 절대로 지인영업에서 시작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개척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말하는 뉘앙스를 보면 금기시해야 할 정도로 여기면 될 것 같다.
6. 영업 결과에 대해 단계별, 날짜별로 세부적이고 정확한 목표설정이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영학이, 드러커가 항상 말하는 목표 설정은 영업에서도 성과를 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7. 성공한 사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유재석 씨가 끝없는 좌절 속에서, 그저 웃기 시작한 이후로 일이 잘 풀렸다는 이야기를 언급한다. 세상도, 스스로의 모습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름이라는 말을 전한다.
8. 남 탓 하지 말고, 남을 욕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라고 한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남의 눈 속의 티를 빼 주겠다고 하면서 자기 눈 속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남에게서 무엇 하나 배울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9. 자신만의 가치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 어려운 말을 하면서 저자는 한 휴대폰 판매업자의 이야기를 한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 에너지를 뿜는 사람이었는지, 그만의 가치제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10. 고객에게 돈 쓰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라고 말한다. 고객이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을 쉽고 간단하게 전달한다. 고객이 내게서 상품을 샀을 때 일어날 아름답고 즐거운 일들을 상상하게 해 주라고 한다. 여기서 저자의 영업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영업은 고객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고, 고객을 돕는 것이다. 내가 영업을 하게 된다면, 나의 현재 위치에서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을 제공하는 사람인가?
11. 다시 말해서, 영업인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주는 사람이고, 그리하여 고객에게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대목을 보면서, 취업과 직장생활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생각이 든다. 직원은 회사가 원하는 것을 먼저 주는 사람이고, 그리하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영업에서나 직장생활에서나 고객에게 먼저 얻으려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업에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하나 배워간다.
12.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그래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를 고민하라고 한다.
13. 숫기 없고 낯가림 많은 사람도 영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 저자가 그랬다고 한다.
14. 말로 뛰는 사람이 되지 말고, 발로 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기획을 했으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15. 하지만 최고가 되려면, 발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한다고 한다. 노력만으로 영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6. 눈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고객을 유혹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저자가 앞서 강조했던 고객이 구매 후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을 그저 머리로만 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17. '내가 얼마나 미친 사람인지 세상에 보여주자'
18. 어렵게, 오랫동안 시스템을 구축하면 그 이후에는 쉽게 영업할 수 있다고 한다. 맨 땅에 헤딩은 안 된다는 뜻이다. 먼저 컨셉을 잡고, 정말 주력해야 할 상품에 집중하며, STP를 정확하게 하고, 디지털 마케팅을 하라고 조언한다.
19. 미끼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니즈가 있는 사람들이 받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연락처 정보는 고객의 니즈를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20. 도시락을 미끼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한 영업사원의 이야기. 미끼상품으로 고객에게 접근하여 자신만의 건강 회복 스토리를 입힌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펼친 사원 이야기가 좋은 영업 예시로 등장한다.
21. 고객에게 가격 기준을 제시해서 내 상품을 사게 만드는 전략.
22. 만남에서 적당한 수준에서 디테일한 칭찬을 하면, 고객이 가지고 있는 인정과 존중에 대한 욕구가 충족된다. 그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고객도 나를 인정한다.
23. 디지털 마케팅의 시대, 내가 온라인에서 검색되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브런치를 통해서 검색되고 있는가?
24. 영업인의 가장 큰 적을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모든 직장인의 적 아닐까 싶다.
25. '오늘 어디로 가지?'에서 '어떻게 하면 고객이 날 찾아오지'로 생각의 방식을 바꾼 일을 언급한다. 나를 재정의하는 방법은 나를 보는 관점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 매사 생산적으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저자는 박용후 씨의 영상을 추천한다. 나는 그의 책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빌려 왔다.
26.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에서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알아줄까?'로. 이건 기업에서 말하는 문제해결능력과도 직결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역량을 개발해 낸 사람이고, 관점을 바꾸는 훈련을 통해 이를 달성했다고 말하고 있다.
27. 관점을 또다시 언급하는데,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라'고 한다. 감명깊은 대목은 '내가 나를 대하는 그대로, 세상이 나를 대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점이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고 공감되는 대목이다.
28. 또다른 영업 대가의 관점이다. '무얼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기가 막힌 아이템이 어딨는지 찾아내기보다는, 아이템을 기가 막히게 팔아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말한다. 영업 고수의 관점이 이런 것 아닐까! 영업직 면접에 가면 으레 등장하는 질문, '이 물건을 팔아 보세요'를 물어보는 것도 이제는 왜인지 이해가 간다.
고수의 관점을 배우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나는 이제 대답할 수 있다. 그래서 왜 영업이냐면,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는 일이 세상을 보다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