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글사의 연례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이어 버드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는 2020년 가장 기대되는 제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와 더불어 중국과의 무역분쟁에 휩싸이면서 출시 자체가 어렵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구글 사는 지난주 전격적인 론칭을 결정했다.
구글의 레퍼런스 제품은 안드로이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이다. 지난 구글 픽셀 3부터,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강조하기 시작한 구글은 이어 버드 2를 출시하면서 디자인과 기능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커널형 무선 이어폰 시장의 강자인 에어 팟이 프로 제품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면서 과연 이어 버드 2가 보여주는 다음 세대의 안드로이드 제품의 방향성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이어 버드 2는 구글사에서 새롭게 디자인한 12mm 다이내믹 스피커 드라이브를 도입해 사운드 퀄리티를 높였다. 전문가 리뷰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고음과 중저음을 커버하는 수준은 고급형 모델들과 비춰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다만 베이스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 재즈를 비롯한 베이스 중심의 음악을 듣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베이스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커널형 무선 이어폰 제품의 공통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나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또한 어댑티브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주변 노이즈를 반영해 음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의 노이즈 캔슬링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커널형과 같은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이외에 소니와 보스사에서 주력하고 있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장이 커널형 이어폰에도 적극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애플사 역시 프로 버전에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도입하면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번에 구글 이어 버드 2가 선보이고 있는 노이즈 제어는 주변 노이즈와 같은 주파수의 소음을 투영해 소음을 제어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소음에 맞춰 다양하게 볼륨을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커널형의 패시브 방식의 소음 제거 기술과 시너지를 내면서 기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의 80% 정도의 성능을 발휘한다 평가할 수 있다.
마이크 센서 역시 주변 소음과 사용자의 음색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 좀 더 깨끗한 음질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다수의 전문가 리뷰에서도 70달러 이상 비싼 애플사의 프로 버전과 손색이 없는 마이크 성능을 보여 주었다. 다만 일부 상황에서 소리가 뭉개지는 현상이 발견되었으나 이는 소프트한 음성을 구현하기 위한 구글사의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장점은 이어 버드의 디자인이다. 기존의 원형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귓바퀴 디자인에 착안해 귀 안쪽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고무 벤트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고무 벤트와 관련해서는 사용자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구글 사는 인간의 귀 구조를 연구해 고무 벤트 디자인을 고안해 냈으며 이는 커널형 이어폰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빠짐 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용하면서 벤트의 이질감은 적은 편이었다. 오히려 벵엔 올룹슨 제품에 비해 가벼운 무게감 때문인지 장시간 사용하더라도 피로감이 덜한 편이었다. 더욱이 애플사의 프로 버전에서 다소 나아진 빠짐 현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음식물을 먹는 상태에서 비교가 필요했다. 상당수 커널형 제품들은 턱관절의 움직임에 따라 빠짐 현상이 나타났는데 구글 이어 버드 2는 이러한 현상이 거의 없었다. 또한 달리기와 같은 심한 움직임에도 빠지지 않아 상당히 좋은 성능을 보였다.
구글 이어 버드의 가장 큰 특장점이라면 역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의 접근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 번역 앱을 이용한 성능은 아직까지 개선이 많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구글이 이어 버드 등과 같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강점이었다. 놀라운 점은 애플의 제품군과의 블루투스 페어링에서도 똑같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다. 가장 먼저 제품 성능 측면에서는 구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최근 대다수의 제품이 1회 충전당 6시간 정도의 이용시간을 보이는 반면 4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10분 충전으로 1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쾌속 충전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었다.
두 번째로 제품의 가격을 들 수 있다. 179달러라는 가격대는 일반형 애플 에어 파와 에어 팟 프로의 중간 가격대라는 점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삼성의 갤럭시 버드를 비롯해 대다수의 안드로이드형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보였다. 이 때문에 상당수 시장 관계자들은 앞으로 구글이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통해 제고 처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여러 대의 제품에 블루투스를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힐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제품에 페어링 이후 다른 제품으로 넘어갈 때마다 다시 페어링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구글 이어 버드는 지금까지 구글이 출시한 제품 가운데 가장 마감이 깔끔하고 디자인적으로도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 세대의 안드로이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비록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과 같은 최신 기술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를 상쇄하는 구글만의 독창성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구글의 생태계를 완벽하게 구동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제품으로서 롱런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