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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Newyorker Mar 31. 2022

애증과 화려함의 어퍼 이스트

뉴욕의 타운을 가다 



뉴욕의 부촌을 형성하는 몇 안 되는 지역 가운데 맨하탄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곳을 꼽자면 역시 어퍼 이스트가 있다. 맨하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는 센트럴 파크의 동쪽 중에 59번가부터 북쪽으로는 95번가까지를 아우르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는 그야말로 뉴욕의 애증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전화번호의 지역 코드에 따라 뉴요커인지 아닌지가 구분되었던 시대에는 집전화로는  212, 332번을 가지고 있으면 올드 뉴요커, 휴대전화에서는 646 그리고 새롭게 들어온 917을 가지고 있다면 뉴요커로 구분되던 시대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던 917 전화번호를 바꾸지 못한다.) 




이때 어퍼 이스트는 뉴요커들 가운데 뉴욕이라는 지역의 유대성은 약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촌을 이루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어퍼 이스트의 구성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결국 본론부터 말하자면 어퍼 이스트는 뉴욕의 이민자들과 방문자들의 땅이며, 이들이 만든 문화적인 현상의 잔상을 늘 볼 수 있다. 핵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59가부터 72가 정도까지는 상업지구와 외교, 초고가 주거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잘 알려진 5번가부터 렉싱턴 에비뉴 까지(그 중간에 메디슨 에비뉴와 파크 에비뉴를 끼고 있다.) 지역은 상업 지구이면서 동시에 초고가 주거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럭셔리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들이 즐비한데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5번가 이외에도 바로 옆인 메디슨 에비뉴에는 이른바 부티크 상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렉싱턴 에비뉴를 중심으로 펼쳐진 식당가까지 포함하면 완벽한 쇼핑 지구라 할 수 있다. 여기에 3번가부터 펼쳐진 상업 지구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블루밍 데일즈를 중심으로 다소 대중적인 상업지구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42가에 있는 UN영향으로 다수의 외교관 주거 지역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이 때문에 진정한 전 세계 문화의 멜팅팟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구획이 분명한  어퍼 이스트 


사실 다른 지역에 비해 어퍼 이스트는 단순히 부촌으로 구분하기에는 어렵다. 72가 남쪽 부분만 정리했던 앞선 분류에서도 드러나듯이 에비뉴, 스트리트 하나만 지나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제 72가부터 86가 정도 가지 펼쳐진 5번가부터 3번 에비뉴 이전까지 바로 이 지역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어퍼 이스트 지역이다. 바로 이 지역에는 대사관 관저와 박물관, 그리고 상점이 거의 배제된 업스케일 주거 지역이 주로 펼쳐져 있다. 아주 오래된 고풍스러운 건물은 첼시 지역이 보여주는 낡음을 엘레강스로 만들어 버리고, 잘 정돈되고 깨끗한 길은 맨하탄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다. 각 건물들의 문지기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이 제복을 입고 사람을 맞이하는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퍼 이스트의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반대로 3번가 이후 지역은 상업지구와 함께 새롭게 개발된 콘도가 넓게 분포하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이주자들이 많지만, 이곳 역시도 충분히 비싼 임대료 때문에 인종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편차가 심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스트 할렘과의 경계 그곳이 보여주는 애증




이제 남은 지역이라 할 수 있는 86가부터 95가까지의 어퍼 이스트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흡사 브롱스나 뉴욕의 다운타운에서 볼 법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사람과 인종의 변화도 심하다.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특정 인종들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Footlooker와 같은 대중적인 상점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곳저곳이 높은 주거용 건물로 개발되고 있는 모습과 새롭게 들어선 Wholefoods와 같은 부촌을 상징하는 상점은 이곳이 얼마나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지를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어퍼 이스트 지역을 상대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소시민들이 자신들의 주거와 상점을 담당하던 지역이었다. 그리고 95가 이후부터 125가까지 어퍼 이스트의 끝자락이었던 곳은 어느 순간부터 이스트 할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범죄와 특정 인종에 점령된 지역으로 전락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곳의 젠트리피케이션은 현재 진행형이며, 이들은 밀려나 이스트 할렘으로 쫓겨나고 있다. 

변화의 중간에 보여주는 모자이크 같은 모습은 얼마나 맨하탄이 빠르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요소라 하겠다. 




고작 50 블록 정도를 올라왔지만, 세계적인 부촌에서 가장 악명 높은 범죄 지역까지를 아우르는 어퍼 이스트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들 스스로 뉴요커 이기보다는 뉴욕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또는 부유한 사람들이라는 꼬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곳에 모여 산다면 우리는 어퍼 이스트를 다시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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