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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루터란아워 Apr 12. 2020

15. 교회 봉사를 보답으로 생각하는 이유

작은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와 대학청년부 서기를 맡은 허모 씨

20/03/03 신촌의 식당에서. 교인이 30명 정도 되는 미자립교회에서 봉사해온 그녀는 미자립교회에서 느낀 아쉬움과 고마움을 토로했다.




교회에서 맡은 것들이 진짜 많아


예배 전체 피아노 반주도 맡고 중고등부 교사랑 대학청년부 서기도 맡았어. 대학청년부는 3명이어서 일이 많지는 않고 주로 중고등부 아이들을 교회에서 돌보고 있어.


봉사는 거의 태어났을 때부터 한 것 같아. 전체 교회 인원이 30명 되는 곳에서 나 말고 (봉사를)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는 우리 교단에서 전국 단위로 모이는 수련회에 많이 참석했고 반주자로 5학년 때부터 봉사를 시작했어.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대학에 와서부터고.


나는 중학교랑 고등학교 시절을 지방에 있는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보냈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이라 주말에 교회 참석만 했지. 그때는 교회에 대해 마음이 그리 크지 않았어. 이전에는 귀찮았지. 남들은 예배 1부만 드리는데 나는 3시나 4시까지 교회에 있다가 집에 들어가고 그러니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 대학을 오면서 교회의 중요성을 느낀 것 같아.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예수를 믿었어. 이전에는 엄마 따라 습관처럼 교회를 다녔지. 내가 기숙학교를 다니면서 더 신앙이 성숙해진 것 같아. 기독교 대안학교(기숙학교)에서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 중학교 때부터 낯선 사람과 처음으로 같이 산 거잖아. 공부도 힘들고 적응도 힘들었어. 친구한테 가도 말도 안 통하고. 내가 힘들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해도 자기 일이 아니고 바쁘니까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않는 거야. 그냥 찡찡대니까 귀찮았겠지. 그런 것들이 고독하고 외로웠어.


그때,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들었던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나한테 딱 꽂혔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하나님이 다 아시고 공감해주신 거니까. 우리 아빠가 진짜 다정하고 이해해주시는데 하나님은 그런 아빠보다 더 크게 나를 채워주신다고 생각해서 아버지 하나님으로 나한테 더 다가왔어. 사랑의 하나님이시지. 그래서 교회 봉사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은혜에 대한 작은 보답이자 헌신인 것 같아.



나한테 교회라는 곳은 너무 일상이야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랑 우리 가족이 (지금 내가 다니는) 교회에 갔어. 교회가 작잖아. 교회에 몇 가족밖에 없어서 서로서로 잘 알아. 그래서 가족 같아. 서로의 사정도 다 알고. 정말 다 알아. 가족사도 알고 이번 주에 교회를 왜 빠지는지도 알고 그래. 그래서 서로 넘어질 때, 서로서로 잘 아니까 잡아주는 것들이 있어. 그리고 매주 2명씩 돌아가면서 30인분 점심을 준비하고 같이 밥도 먹고 그래.


내가 태어나고 내가 자라난 곳이니까. 내가 항상 가는 곳이어서 큰 느낌은 없어.”


교회 인간관계에서 얻는 게… 글쎄. 같이 뭐 주일 설교 메시지에서 한 주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누고 그러지. 주일날 그렇게 많이 교류는 못 하는 것 같아. 그냥 인사하고 안부 정도 만 묻지. 주일 아침에 일어나서 종일 일만 하다 끝나.



새 신자가 없다

교회의 상처 복음


새 신자가 없어.”

“관심이 없어. 그게 우리 교회가 깨야 할 틀이야.”


또, 교회의 인원수는 적은데 교회 일은 많잖아. 그러다 보니까 교인 한 사람당 3개~4개씩 교회 봉사를 맡고 있어. 찬양을 불러야 하는 사람은 지정 좌석에 앉아야 하고 성가 대장은 지휘해야 하니까 다른 데 앉고. 새 신자가 와도 챙기지를 못하지. 30년 동안 고착화 되었던 것 같아.


새 신자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는 게 교회의 상처였어. 그래서 새 신자가 교회에 와도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른 거지. 힘들어서 분위기가 잡히지 않으니까 아무도 관심이 없던 거야. 누가 전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교회에 와도 다들 힘이 드니까. 교회 일이 기쁨이 아니라 그냥 일이 된 거지. 한창 침체되었을 때, 어른들이 이 교회를 떠나려고 했었대. 그런데 책임감 때문에 교회를 못 나가셨다고 그랬어. 한 명 빠지기 시작하면 남아있는 사람이 더 힘들어지잖아.


요즘에 그래도 교회가 많이 바뀌고 있어. 새로 목사님이 오시면서 교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어. 교회 체계가 잘 잡혀가는 것 같아. 무엇보다 목사님이 엄청 청년들을 많이 챙겨주시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사모님 집에서 말씀 묵상도 하고 목사님이랑 일주일에 3번씩 면담도 하고 그래. 기도가 남다르지. 엄청 자식처럼 챙겨주셔. 교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 같아. 새 신자가 오고 싶은 교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 “복음”이 심어질 수 있는 교회로 말이야.



사람들이 ‘교회’ 때문에 모였다면


교회에는 진짜 다양한 연령층들이 있어. 다 다른 사람들이 교회를 통해서 모인 것이잖아.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다 있어. 여러 세대가 복음으로 하나가 되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아. 여러 세대를 이해하는 연습. 가정은 핵가족이지만, (교회는) 대가족 생활처럼 이해력이 향상되지. 어른들이 잔소리해도 그 사람의 살아온 배경을 아니까 잔소리가 이해도 되고.


솔직히 말해서 세상의 공동체 생활을 배우는 것도 있어. 예를 들어 정치적인 문제들? 작은 교회인데도 그래. 어르신들은 어르신대로, 중장년층은 중장년층대로 정치적 성향이 다 다르셔. 그런 것들까지 교회 사람들이 서로 다 알지. 그래도 교회에서는 정치적 문제로 크게 갈등했던 적은 없어. 그래서 나는 정치를 넘어서는 복음이 있다고 생각해.



봉사

감사와 보답


솔직히 말해서 중·고등학교 때, 원망도 많이 했어. 큰 교회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모이면서도 교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잖아. 인간관계도 넓어지는데 우리 작은 교회에서 내 또래는 나밖에 없으니까 공유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없고. 그래도 하나님이 날 이 교회로 부르셨다는 확신이 있어서 내가 교회를 옮기지 않았던 것 같아. 교회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교회에서 살아왔고 나의 신앙을 위한 발판으로 이 교회가 있었잖아. 그래서 더 이 교회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스도에게 받은 은혜가 크니까 교회에 보답하는 것이고.


[글/인터뷰] 김도헌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신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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