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비난 받이'가 되면

축구장에서 쓰는 아이와 엄마의 성장 기록

by 소울민트

축구 훈련은 공을 다루는 훈련과 게임으로 구성된다.

패스하고 드리블하고 슈팅하는 기본기를 익히고, 실전 연습(게임)을 통해 실력도 겨루고 스트레스도 푼다.


훈련을 보다 보면 내 아이가 무엇이 강하고 부족한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축구장에는 항상 풍부한 비교군이 있으니 내 아이의 강점 약점 위기 기회를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눈에 콩깍지가 벗겨질 정도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내 아이를 객관화해서 보게 된다.


'우리 아이 최고!''어머어머 얘 좀 봐.''공도 뻥 잘 차네' 작은 동작, 성취 하나하나 감탄하고 기뻐했던 부모가


이제 무조건 공을 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른 위치에서 정확한 각도로 적절한 시점에 차야 '잘했구나' 인식하고 안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칭찬도 박해진다.


기대가 정밀해지고 요구하는 게 많아진다. 사랑의 눈보다 매의 눈으로 보게 되고, 칭찬보다는 타박이 축구장에 아슬아슬 넘친다.



이때 의외로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본기 훈련에서 조용했던 부모들도 게임이 시작되면 흥분하여

'이렇게 차야지!' '야야 지금 뺏어!' 곳곳에서 훈수두기 시작한다.


경기를 마치면 그 작은 경기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갈려

분위기가 미묘해지는데, 패자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상처 입은 상태다.


여기에 대고 코치가 실수한 아이들을 질책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부모는 패배의 울분을 터뜨리며 아이에게 '왜 그런 실수를 했냐''실수를 고쳐라' 타박할 것이다.


그러나 코치가 중심을 잡고 비난의 화살받이가 될 아이들을 감싸주면

부모들도 자연스레 마음이 누그러진다. 승자라고 방자하지 않고 패자라고 주눅 들지 않는다. 기분 좋게 그날의 훈련을 마무리할 수 있다.


난 이런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될 것 같아 자제하는 편이지만

볼을 두고 다툴 때 혹여라도 내 목소리가 안 들리면 푸우가 '우리 엄마 아빠는 왜 날 응원하지 않지?'라고 생각할까 봐, 잘했을 때 '잘했어' 실수했을 때 '괜찮아' 정도는 들리게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언젠가 실수가 괜찮지 않을 때가 오겠지만.


지금 이곳은 국가대표나 프로 축구 경기가 아니라 유아 축구 교실이다. 아이들은 얼마든지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완성된 선수에게 실수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제 축구를 배우는 아이에게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 흔한 말이지만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실수를 지나치게 질책하면 실수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면 더 이상 성장은 없다.

지금 여기서 실수해야 혹여라도 나중에 큰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는다.

실수가 잦다는 건 그만큼 많이 시도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은 실수할 때이고,

실수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향후 훈련의 질과 결과를 좌우한다고 본다. 이 아이가 프로 축구를 할지, 취미 축구를 할지도.


지나치게 칭찬할 필요는 없지만

실수를 뒤집어 '(비록 실패했지만) 좋은 시도였어''(방금 전 막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잘 막았어' 반드시 골을 만들지 못했을지라도 잘한 지점을 봐주고 격려해보자. 아이가 축구를 통해 공 차는 기술만 배우는 게 아니라, 실수에 눌리지 않고 실수를 딛고 일어나는 중요한 삶의 태도를 익히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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