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생과 훈련하면 일어나는 일

축구장에서 쓰는 아이와 엄마의 성장 기록

by 소울민트

푸우는 지난주부터 두 팀에서 훈련하게 되었다.

아빠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여겼지만, 푸우는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다며 ‘축구를 더 잘할 수 있잖아.’한다. 이게 아빠를 만족시키기 위한 건지, 본인이 정말 원하는 건지 구별할 필요는 있겠다.


첫 번째 팀에 대해 얘기하자면, 올초 그 팀에서 상급생들이 초등부로 올라가면서 유치부에 푸우 혼자 남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치를 따라 특정 교육기관 프로그램에 들어가 깍두기처럼 훈련했는데, 푸우는 재밌다고 했지만 염려되었다. 남의 집 행사에 끼어 본인에 맞는 체계적 스케줄이 아닌 즉흥적 임시방편적 훈련에 내몰리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전에는 집에서 5분 거리 운동장에서 훈련해서 빨리 다녀올 수 있었지만, 이제 특정 교육기관 훈련이라 차로 이동해야 했고 부모 참관이 불가했다.


또 내가 그 교육기관을 언제 봤다고 아이를 믿고 맡기겠는가.


그 내부를 보지 못했고 구조도 모르고

밖에 차를 대고 가끔 열려있는 창문만 바라볼 뿐이었다.




푸우가 ‘화장실 바닥에 얼음이 얼어 있었어요.’할 땐, ‘조심해서 다녀.’했다.

그런데 강당에 혼자 남겨졌다고 할 땐 더 이상 안 되겠구나 싶었다.

‘무서워서 물 마시면서 그 안을 몇 바퀴 돌았어요.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아도 안 와요... 물을 다 마시니 코치님이 아이들과 함께 올라오셨어요.’


푸우가 당황했던 건 코치가 어디 가서 언제 온다 말을 하지 않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곳은 푸우에게 낯선 곳이었다. 부모와 마찬가지로 푸우는 그곳 내부와 구조, 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잘 몰랐다.


실수였겠지만 종종 그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유아에게. 안전에 관해서만큼은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게 부모다.



그래서 찾은 두 번째 팀. 이곳은 운동장이 아닌 건물 풋살장이다.

삭막하고 답답한 감이 있어 ‘잘못 왔나’ 싶었다.

그런데 풋살장에 들어가는 푸우 발걸음이 가벼웠다.


기존 학생과 푸우처럼 체험 수업 학생 몇 명이 섞여 있었는데 주춤주춤. 어어어 골.

이렇게 두 번을 넣고 싱글벙글 수업을 마쳤다.


푸우가 공만 잡으면 야! 윽박지르는 형들이 없고, 고만고만한 또래들이 있으니 푸우가 비로소 자기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게 아닌가. 두 말 않고 등록했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이고 저녁 시간대지만 누구도 이의가 없었다.



또래들과 수업하니 가장 좋은 게 야! 하면 지리듯 공을 흘리는 푸우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거다. 상급생들의 횡포가 없고 깨끗하다. 물론 형들과 훈련하는 게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가 위축되고 기를 못 펴는 면이 있지만, 기술 좋고 거친 형들과 몸소 부딪히며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저보다 잘하는 사람과 붙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발전이 있다. 생존력과 야성도 기를 수 있다. 고통스럽겠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바른말, 고운 말, 아름다운 선후배니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있는 그룹과 문화에 속할 확률이 높다. 그래도, 그러니까 교육은 해야 한다. 이상은 있어야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꾸준히 잘못된 것은 고치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지도할 책임이 어른에게 있다.



첫 번째 팀에서 나온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연락이 왔다.

정식 팀은 아니지만 푸우 또래 아이들을 모아 수업하고 있다고.

푸우 아빠는 신이 나서 바로 달려가 등록했다. 두 팀 훈련 방식이 다르니 각 훈련을 서로 보완하며 실력을 닦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내 육아 영감의 기회도 두 배가 되긴 했다.

첫 팀에 부모로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우리가 취할 좋은 것을 취하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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