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걸 봤을까. 주말 아침에.
어쩜 이렇게 선명하게 눈에 확 들어오는지. 안경도 안썼는데
낭군은 이른 아침 일어나 축구하러 갔고
어젯밤 그가 씻어 엎어둔 그릇들만이 물기를 빼고
도도하게 날 응시하고 있다.
귀찮은 마음에 질끈 무시하려 했는데
일에 찌든 손이 먼저 움직였다.
척척. 착착. 찹찹
크기별 소재별 강도별 용도별로.
정돈하면 할수록 거실이 훤해졌다.
주말의 축복같은 볕이 어느새 내 마음 담벼락을 훌쩍 넘어왔다.
섬김
봉사
헌신이 다른 게 아니다
설거지 마무리 좀 해주는 거
이틀째 홀로 빨래줄에 걸린 바짝 말라 꼬부라진 양말 개어서 옷장에 넣어주는 거
어디 멀리 나가서 아웃리치다 뭐다 못한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내 집 거실에 있는 내 가족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해주자.
그들이 바로 세상 누구보다 내 사랑이 필요한 이들이니까.
내 가정조차 섬기지 못하면서
내 남편, 내 자녀에게 헌신하지 않으면서
어디가서 봉사하겠다는 거야.
옆 집 사는 이웃,
옆 자리 앉은 동료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내 가족만이라도.
내 손을 쓰고
몸을 움직이고
기꺼이 시간을 들여
내 옆에 있는 사람들 먼저 편안하게 해줘봐
사랑한단 말이 공허하지 않게 사랑하는구나 느낄 수 있게
받을 생각 않고 해주는 거
그게 섬김, 헌신, 봉사... 삶으로 드리는 예배.
교회는 못가도
예배는 드릴 수 있어.
내가 섬기고 헌신하고 봉사한다면 그 곳이 어디건 예배당
성령이 임재한 자리
축복과 은혜의 전당
가족이 있어 감사합니다. 예배할 수 있어 감사한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