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수업 없나요

학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by 소울민트

계모 학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엄마가 되는 법에 대해서는 온 세상이 얘기한다. 그런데 좋은 계모가 되려면 어떻게 뭘 해야 하지? 머릿속이 하얘진다. 지금도 그렇다.


난 출산을 통해 리아를 만나지 않았다.

임신, 출산, 육아 과정 없이 딸이 생겼다. ‘엄마’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마침 생모가 있다. 그렇다면 뿌리 없는 모성에 대한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


난 리아에게 엄마가 되지 않아도 된다. 계모이면 족하다.


내 역할과 한계는 명확하다. 좋은 계모가 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계모가 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계모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계모가 됨으로써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계모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다.


난 계모 수업을 받지 못했다. 계모 관련 학위도 없고, 자격증도 없다. 난 준비되지 않은 실력 없는 계모다.


갑자기 아이 등교 준비한다고 아침밥 차리고 옷 다리면서 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훈련받지 않은 채 실전에 투입된 이등병 같다고나 할까.


친모와 계모는 다르다. 이렇게 나누는 거 좋아하지 않지만 생모가 있을 때 계모의 위치와 역할이 영향받고 조정되는 건 불가피하다. Anthony Brown 전시회에서.


급조(?)된 모녀 관계에서, 신기하게도 이 아이가 딸로 보이긴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게 어색하고 서투르다. 더군다나 생모가 있는 상황이라 먹이는 거, 입히는 거 모두 조심스럽다. 다가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챙긴답시고 내가 막 아무 때나 연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뭔가 선물할 땐 내가 샀어도 가족의 이름으로 다 같이 산 거라고 한다. 하하.


리아의 엄마 곧 내 남자의 전처.

그녀가 있어 다행이지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내가 없었던 지난 시간을 설명해주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낭군에게, 그리고 내 계딸에게 중요한 인물이므로 당연히 후대해야 한다.

물론 그 시절에 나는 그렇게 여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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