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민트 Dec 01. 2023

[독후감] 긍정 심리학과 강점 행복론

인간의 강점 발견하기 1

아이 시험지에 빨간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틀린 문제를 부모와 함께 다시 풀어오라는 숙제를 냈습니다.
주말에 ‘부모 숙제’ 받아 든 것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보다 당혹스러운 건 아이 시험지 한가득 쏟아지는 빨간 오답 표시였습니다.

사실 맞은 것이 더 많았는데 동그라미는 하지 않고, 오답만 빨간색으로 크게 긋다 보니 틀린 것만 보인 겁니다.

저도 모르게 예민해져서 빨리 숙제하자 재촉했는데 아이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화장실 갔나 찾아보니 그 옆 쪽방에서 혼자, 빨갛게 난도질된 시험지를 들고 숨죽여 울고 있었습니다. “난 왜 이렇게 많이 틀려. 문제 잘 못 푸는 게 슬퍼.” 이제 겨우 초등 1학년 아이가, 유치원 나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어깨 들썩이며 하는 말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OECD 국가 중 학생 행복도 최하위, 십 대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이 남사스러운 왕관에 걸맞게 우리 아이들은 지금 학교에서 ‘배움의 즐거움’이 아닌 ‘절망을 주는 교육’으로 고통받는 것은 아닌지. 과연 어른으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무력감에 젖어 좀처럼 답이 떠오르지 않는 고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한국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를 가혹한 교육의 폐해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강점 발견하기]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말은 ‘인간의 본성은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한다.’입니다.
오답에 빨간 빗금을 긋는 것처럼, 저자는 우리가 부정적인 피드백만을 받아왔기에 부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배웠다면서, 긍정 피드백을 주라고 제안합니다.

긍정적인 사고와 대응 방식이 일의 성과와 행복감을 훨씬 높여주니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하고, 긍정적인 사건을 더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두는 태도를 당장 우리 교육 현실에 적용하자면 채점 방식부터 빨간 빗금에서 빨간 동그라미로 변화할 수 있겠습니다. 잘한 거에 집중하고, 성장 및 발전 방향과 함께 개선점을 제시함으로써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긍정심리학이 띄운 강점 행복론
이 책은 긍정심리학과 긍정심리학자들의 연구, 노력에 대해 상당 분량을 할애하여 소개합니다. 단순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류 제언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일일이 열거합니다. 독자를 계몽의 대상으로 보고 현학적 태도로 '따르라'가 아니라 지적인 존재로서 존중하며 설득하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측정 도구와 경로까지 내어주며 얼른 본인의 강점을 파악하고, 강점을 활용하여 효능감 있고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강권합니다.

이 책에 참여한 학자들은 사람을 행복으로 이끌고 고통에서 건져내려고 매우 진지하게 애쓰고 있구나, 일종의 사명감이 느껴질 만큼 비슷한 내용을 몇 번이고 설명하며 장마다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안내합니다.

아울러 풍부한 사례를 통해, 강점 활용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제공합니다. 학생의 강점에 입각한 수업 구성이 학업 성취도에 얼마나 괄목할 만한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우리 교실에서 당장이라도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 우리 교육 프로그램에 반드시 참고하고 반영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물론 있겠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일축합니다. '성공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문제 극복이 지나치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강점 교육 혁명
이것은 사실 엄청난 혁명입니다.
교사의 역할이 학생을 단지 학력 위주 성과 위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각 학생이 강점을 발현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변화하는 겁니다.

교사가 학생의 강점을 파악하고, 연결합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강점을 발현하고 상호보완하고 조화를 이루며 성장 발전하도록 수업을 계획하고 구성합니다. 이런 교육에서는 소수 우등생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학생이 교실에서 절망감 열등감 자존감 추락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신음하는 게 가능하지 않습니다.

소수만 인정받고 행복한 교육이 아니라, 모두가 강점으로 빛나는 건강한 교육을 위해 우리는 변화해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러운 자들을 위한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