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이자 위기
푸우는 미각이 예민한 편이다.
음식 대할 때 매우 조심스럽고, 본인이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음식만 삼키다 보니, 지금도 아는 맛보다 모르는 맛이 훨씬 더 많다. 안전의 기준은 맛이다.
맛은 식감을 포함한다. 맛있으면 안전한 음식이고, 냄새든 맛이든 식감이든 뭔가 생소하고 조화롭지 않으면 위험한 음식이다. 이상함이 감지되는 순간, 뇌에서 독성물질로 판단하고 즉각 비상벨을 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달걀말이에 든 잘게 썬 파, 양파 때문에 달걀말이 전체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일이 비일비재했다. 식탁 위에 채소 그릇이 있으면 안 되고, 김치라도 놓이면 속이 불편하니 치워달라 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급식맛집'으로 소문난 학교에 보내면서도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식단표를 보니 '키즈 백김치'따위는 없고, 성인 식단과 다를 바 없는 마라탕, 고추장찌개 등 제법 '센' 메뉴가 거침없이 포진되어 있었다.
날마다 얄짤없이 쏟아지는 미각 자극. 극소수 음식만 선별적으로 취해온 푸우에게는 '미각 폭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했다. 1학년이 되어 안 그래도 적응할 게 많았는데, 음식 또한 아이에게 커다란 도전이자 위기였다.
처음 몇 달은 흰쌀밥만 먹고 왔다고 했다. 집에 오면 삼각김밥 사달라고 하거나 허겁지겁 밥 찾는 일이 잦았다. 도시락 지참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쯤, '맛있는 반찬 나와서 그건 먹었다'라고 하는 날이 조금씩 늘어났다.
급식 3년째. 푸우는 학교에서 떡볶이, 제육덮밥, 순댓국, 부대찌개, 샐러드 등을 배워왔다.
'저녁에 이거 먹을까'하면 '그거 맛있지'하는 답이 종종 돌아온다. '네가 이 음식을 어떻게 알아?'하고 물으면 급식으로 나왔단다.
여전히 푸우는 예민하다. 앞으로도 예민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한 입 먹어볼게.'라던가 '맵지만 먹을 수 있어.'의 태도 변화가 무척 고무적이다. 푸우와 함께 하며 푸우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 행복하다.
급식 만족도 최상!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시는 학교 및 영양사, 조리사, 배식원, 청소원 등 급식실 관계자분들과 식사 중에도 긴장을 놓지 않고 사랑과 인내로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