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차이는 있지만

차이가 곧 갈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by 소울민트

'네 남편이 공식 석상에서 멋진 수트를 입을 만큼 성공하려면 당신이 내조를 잘해야 해. 하하'

영국식 농담(banter)인 듯한데 썩 유쾌하게 닿지 않았다. 경계선에 걸쳐 놓은 도발적이며 공격성 있는 발화는 농담의 옷을 입었을 뿐 농담이 아니었다. 상대는 웃고 있었지만 난 웃기지 않았다. 당혹스럽고 불쾌했다.

마치 눈싸움하다가 상대가 던진 눈덩이에서 돌멩이를 발견한 기분. 이걸 공 주고받듯 즐겨야 친해진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에 신선하고 재밌게 느껴지던 것들이 귀찮다.

문화 차이라고 쉽게 얘기하는 건 모든 불쾌한 감정을 '짜증 나'라고 해버리는 것만큼 부주의하다. 그러나 이건 어쩌면 '문화 차이에서 오는 피로'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사실 '성격 차이'처럼 '문화 차이'는 당연한 거다.

문화 차이가 무조건 갈등을 유발한다거나, 모든 갈등의 원인인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문화 차이로 힘들지?'라는 말은 문화 차이가 있으면 갈등이 필연적이라는 인식을 품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난 '문화 차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차이가 곧 갈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갈등은 차이가 아니라, 차이를 다루는 개인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수용성, 포용성, 사회성 등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문화 차이는 있다. 그러나 차이만 확인하는 건 별 의미 없고,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 아까 무심코 '마흔 넘고 보니'라고 쓰려다가 지웠다. 툭하면 나이 탓으로 돌리는 태도 역시 주의하려 한다.

영국식 농담의 예로 회자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1982년 12월 켄싱턴궁에서 고 다이애나비와 찰스 왕세자가 윌리엄 왕자의 생후 6개월 기념 공식 촬영 행사를 가졌다.

현장에서 누군가 아기 왕자를 향해 'He is a bit dumb.'이라 했고 다이애나비가 바로 'like all men'이라고 응수했다. 독하고 맵기가 청양고추 못지않다. 어질어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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