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는 바나나가 있지

진도 바나나

by 소울민트

지난여름부터 한동안 진도에 있는 바나나 농장에서 국산 바나나를 주문해 먹었어요. 보관이 좀 까다로울 뿐 맛은 매우 좋았어요. 파인애플 향미가 도는 쫀득한 과질이 독보적이었죠.

신선한 바나나 꼭지. 어때요?흔히 접하는 시중 수입 바나나의 곰팡이 필 듯 습한 냄새가 안 났어요. 향긋하고 싱그러웠어요.

여름에는 에어컨 가까이 두고 꼭지를 종이로 감싸 두는 등 신경 써도 쉽게 물러졌지만, 가을 접어들면서 바나나가 훨씬 안정된 품질과 속도로 숙성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슬슬 '겨울이 되어도 바나나를 판매할까?''추워서 더는 바나나가 안 나오려나' 이런 생각을 할 때쯤 농장 측과 연락이 끊겼어요.

바나나 농장 대표님은 호인으로 보였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정량보다 훨씬 많은 바나나를 보내 주셨더라고요. 그러나 저는 통상적 인사 외에 더 감사하다고 하지는 않았어요.

감사 인사에 묶여 자꾸 많이 보내 주다가 손해 보실까 봐 걱정되었어요. 또 나도 당연하게 알고 기대하거나 실망할까 봐 부담스러워서 감사 인사하더라도 일부러 양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어요.


이후 대표님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 주문 연락에 응답이 더뎌졌어요. 곧 아무 답신이 없었고, 저는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그게 농장 측에 유익한 편이리라 여기고.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농장의 바나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2025년의 마지막 날 비로소 묵은 바람을 털어내요. 부디 행복하시길.

'이게 바로 바나나 꽃이에요.' 약속 없이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은 흔쾌히 농장 견학을 시켜 주셨어요. 땀 흘려 일군 농장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졌어요.
여행중이라 '나중에 주문하겠다'는 말씀만 드린채 나오는데, 바나나 묘목을 선물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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