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여도 좋아

잠시 머리에 설탕 좀 뿌릴게요

by 소울민트


아파트 현관 앞, 한 청년이 엘리베이터가 선 걸 보고 서둘러 걸어왔다.

피시방에서 사흘 밤쯤 새고 잠시 산책 다녀온 듯한 행색. 조금 경계심이 들었지만 열림 버튼 누르고 기다렸다.

그가 들어서는 순간 아주 가는, 음성이라기보다 초음파 같은 파장을 감지했다.

그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였다는 걸 이어지는 헛기침 소리를 듣고 짐작했다.

오랫동안 사람 안 만나고, 말 안 하면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오기도 하겠거니 했다.

'며칠 굶은 건가?' 식사 여부까지 챙기기는 피차

부담스러우니 좀 더 흰머리가 늘어도 좋겠다.

욕망 넘실대는 젊은 아줌마보다는 머리 샌 할머니가
알은체하는 게 좀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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