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추운 날
샤부샤부(shabushabu)는 이십 년 전 대학로 친구 모임에서 처음 접했어. 끓는 육수에 얇게 썬 고기, 야채 등을 넣고 살짝 익혀 먹는 일본 국물 요리.
그 당시만 해도 재료를 넉넉하게 주지 않았던 건지, 한창 먹을 나이여서 그런지, 얼마 되지 않아 건더기를 서로 눈치 보면서 조금씩 건져먹는 게 감질났어.
식사가 쭉 이어지지 않고, 재료 넣기-건지기-국물 덜어내기-밥 볶기 등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끊기는 것도 성가셨어. 샤부샤부는 내게 꽤 불편한 음식이었어.
어제 방문한 곳은 무한리필 샤부샤부 식당이야. 깨끗하고 신선한 채소가 가장 눈에 띄었고, 모든 재료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어.
그동안 샤부샤부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칼바람 불고 따끈한 국물 간절한 날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샤부샤부는 아무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야. 만약 누군가와 함께 샤부샤부 식당에 가고 싶다면 그는 분명 당신을 배려하는 사람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