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일

by luvdname

가끔 내가 무언가에 꽂힐 때, 그 시작이 항상 조금 늦는다는 걸 깨닫는다. 예를 들어, 요즘 들어 사람들이 다들 "그거 봤어?" "그거 들었어?" 라고 할 때쯤, 나는 그걸 알게 된다. 그때 나는 대부분 "그게 뭐야?" 라는 질문을 던지며 부끄러워한다. 그게 시작되는 순간이, 나만의 타이밍인 것 같다.


최근에 다시 재밌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한참 전에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나의 '좋아하는 일'은 언제나 남들보다 한참 뒤늦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를 보고 나서야 그 모든 이야기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모두가 그 드라마에 대해 다 얘기한 뒤라, 나는 따라가면서도 한참 늦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왜 이렇게 나는 항상 모든 걸 늦게 시작하는 걸까? 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다 읽은 책을, 나는 항상 '지금 읽어야지!' 하며 책을 펼친다. 그러면 이미 그 책에 대해 사람들이 다 얘기해 버렸고, 나는 그 이야기에 참여하려면 조금 '시간을 늦추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책 속의 내용에 대해 다들 ‘알고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 때쯤, 나는 "어? 그 부분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어?" 라고 혼자 깨닫고 있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런 늦은 타이밍이 싫지는 않다. 오히려 이렇게 뒤늦게 알게 되는 것들이 내겐 더 재밌다. 그 이유는, 내가 그때 그때 흥미를 느끼고 그걸 따라가며 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 끝나고 난 후에야 '이걸 알게 되는 게 내 방식'이라는 사실에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걸 늦게 시작하며 즐기기로 했다. 드라마든, 책이든, 그 어떤 것이든, 내가 그때 그때 원하는 때에 시작하는 게 오히려 더 재밌다는 걸 알았다. 남들이 다 알아버린 이야기도, 나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남들보다 나중에 시작한다고 해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그게 나만의 방식이다.


이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거 같다. 모든 게 뒤늦게 시작돼도,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재미가 더 크니까. 지금도 나는 또 다른 걸 시작하려고 한다.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때 그때 재미있는 걸 찾아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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