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 나에게 보내는 편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생일이 다가 오는 11월이 다가오기만 해도 우울해졌다.
12월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와 생일을 아주 신나게 보내지 못할까봐 느끼는 조급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11월 우울증을 겪으면서, 나는 점점 생일에 계획은 세우지 않으면 불안해졌다. 그래서 이번 생일에도 뭘 하며 보낼까 생각하다가, 기력은 없어서 많이 돌아다니기는 싫고 편하게 쉬면서 친구랑 밤늦게까지 수다 떨 수 있는 호캉스를 하기로 했다. 호캉스는 나에게 사치라고 생각할 만큼 멀게만 느껴졌는데, 괜찮은 가성비 있는 호텔에서의 하룻밤은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 부산에 있는 작은 호텔인데, 카페를 겸하고 있고 개인이 하는 호텔이지만 아주 깨끗하고 감성 있는 공간이라서 기분이 좋아졌다. 1달 전에 예약을 했는데도 방이 거의 다 차서 어렵게 예약을 할 만큼 인기가 높은 곳이라서 더 기대가 되었다.
일찌감치 나는 생일 전날 반차를 쓰고, 친구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약속 장소로 갔다. 부산에 살지만 사람이 많고 기다리는 게 힘들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재모 피자를 가보기로 했다. 5시쯤 이르게 방문을 해서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방문할 수 있었다. 제일 인기 많은 콤비네이션 피자를 주문했고, 음료는 리필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커다란 컵에 아주 가득 따라서 준비했다. 피자는 예상대로 아주 풍부한 치즈로 한 입 먹을 때마다 입 안 가득 치즈의 풍미와 얇은 피자도우와 야채와 베이컨이 더해져서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났다. 와 이래서 이재모 피자를 이렇게 기다리는구나, 감탄하며 아주 빠르게 해치웠다. 커다란 컵에 가득 담긴 탄산음료도 배가 터지게 먹고, 오랜만에 좋아하는 치즈가 가득한 피자를 먹으니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우리는 가득찬 배를 두드리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용두산 공원은 빨간 단풍과 노란 은행 낙엽들로 뒤덮여 있었고, 관광객들이 많았다. 학생 때 사생대회 이후로 처음 가본 용두산 공원이 색다르게 보였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어르신들이 바둑 두는 모습, 아기들이 비누 방울을 가지고 놀며 뛰어다니는 모습, 귀여운 강아지들과 산책 나온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설레어 하면서 서로 사진 찍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행복은 별거 없구나, 항상 내 주변에 가득한데 내가 모르고 지나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용두산 공원을 내려와 야시장을 향해 걸었다.12월 트리 축제준비를 위해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고, 저녁의 바깥 공기는 살짝 추워져서 코끝이 시렸다. 나는 한겨울의 차가운 바람 쐬는 것을 즐긴다. 숨 쉴 때마다 폐 깊숙이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면, 가득찬 머릿속이 잠시나마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친구와 발 맞춰 여유롭게 거리를 걷고, 야시장을 도착했다. 처음 보는 돼지갈비 튀김을 포장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는 아주 안락하면서도 따뜻했다. 엘피가 있어서 원하는 음악을 밤새도록 성능 좋은 스피커를 통해서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고, 맞은편의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책상이 있었다. 그 위에는 종이와 펜이 있어서 방명록을 남길 수 있었다. 이 숙소에서 지낸 사람들의 글을 볼 수 있어서 재밌었고, 나처럼 생일을 맞이해서 온 사람도 많아서 괜히 반가웠다. 방명록에 내 발자취를 남기고, 침대에 놓여져 있던 굿즈를 열어보았다. 엽서 2개가 있었고, 1년 후 나에게 편지를 쓸 수 있었다.
1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라, 어떤 글을 적어볼까 고민하며 펜을 들었다. 1년 후 내 생일에 맞춰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친구와 음악을 들으며 밤새도록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다. 소소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조용하지만 행복함과 여유로움이 가득찬 하루를 보냈다.
[2024년 11월 어느 날, 1년 후 나에게 보내는 편지]
2025년의 생일은 어디에서 뭐하고 있니? 아직도 우울해하고 있는 건 아니면 좋겠다. 오늘은 처음으로 호캉스라는 것도 해봤어, 같이 선뜻 와준 친구 너무 고마워!
오늘 친구랑 호텔에서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많이 걷고, 이재모 피자도 처음 먹어 보고 , 정말 여한 없이 실컷 놀고 즐기는 하루였어. 생각 그만 하고 많이 움직이면서, 더이상 나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본다.
자기 연민, 자책 그만하고, 나를 아껴주고 스스로의 마음속에 귀 기울여보자.
남들에게 맞춰 사는 게 아닌, 내 안의 마음 소리에 맞춰서 움직일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2025년은 11월은 어때? 아직 일은 잘하고 있나? 배드민턴 성적은 좀 내고 있니? 그림은 아직 잘 그리고 있어? 가끔 글도 잘 쓰고 있고? 아니면 뭐 어때, 다시 하면 되지. 우울해 하지마. 내 생일은 내가 기분을 정하는 거야. 생일 축하해!
[2025년 11월 어느 날, 1년 후 나에게 보내는 답장]
안녕 나는 여전히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어. 작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나이에 걸맞게 몸이 좀 안 좋아졌어. 피곤함은 늘고 운동하다 관절도 다쳐서 우울해하기도 했어. PMS가 심해져서 우울함은 한달에 한번씩 꼭 찾아왔고 두통도 심해지면서 점점 몸이 무거워졌어.
아플수록 결국 나 스스로 두발 딛고 일어나는 수 밖에 없었어. 잠을 푹 자보려고 노력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하고, 규칙적으로 짧게라도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하면서 내 몸과 정신을 달래주니 조금씩 괜찮아지더라.
1년 후는 뭔가 멋지고 화려하게 변해있을 줄 알았는데 실망하지는 않았어?
나는 근데 이런 내가 좋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힘들어서 잠시 쉬어가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직접 두발을 딛고 일어서서 걸어가고 있어.
일은 무탈하게 잘하고 있어서 어느새 고참이 되었고, 얼마 전 배드민턴 대회에서 우승을 했어. 글과 그림은 꾸준히 쓰고 그리면서 성장하고 있는 중이야.
느리더라도 안주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직접 내 마음 가는 데로 행동하고 결정한 나는, 작년 편지에 썼던 약속을 지켜서 조금은 뿌듯해. 앞으로도 나 자신을 믿고 용기를 가지고 행동하고 나아가기를 응원할게.
남은 한해도 즐겁게 잘 보내고, 내년에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