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책일 붙잡고 사는 다독가는 아니다.
하지만 책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서점에도 자주 가고,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사들일 수 없기에 밀리의 서재를 오랫동안 구독 중이기도 하다.
물론 종이 책장을 넘기는 맛은 없다.
하지만 태블릿 pc 하나로 여러 종류의 책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원래는 한 권의 책을 완독하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편이었는데, 최근 고명환 님의 책에서 접한 그의 독서법(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보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완독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었다.
여하튼 책이 주는 장점과 효용에 대해서는 입 아프게 말해도 모자라지 않지만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이다.
이상형이란 것은 항상 바뀌고
나이가 들수록 사람 보는 눈이 생기면 더 까다로워지기 마련이지만
이를 차치하고 꼭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대화가 풍부하고 즐거운 사람'
대화란 일방적 이어선 안되고
너무 진지하기만 해도, 또 늘 농담 따먹기 하듯 가볍기만 해서도 재미가 없다.
요즘 말로 티키타카가 잘 되고, 주고받는 묘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주제가 풍부하고, 주고받는 말의 맛이 좋고 편안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방대한 지식을 쌓아 아는 체하며 뽐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구사하는 문장이 보다 부드럽고 섬세하기를,
필요시 논리 정연하게 풀어 내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를,
좋은 질문을 던지고 또 유연하게 답할 수 있기를 -
이런 이유들 때문이랄까.
두 번째는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음을 공감받는 기분' 때문이다.
책을 쓰는 사람들은 어쩐지 나보다 더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들이어서 그저 배움을 얻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어 당신도요? 그때도요?저도 그랬어요!' 하면서 반가운 문장들을 만날 때가 생각보다 자주 있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었네
당신도 이러한 경험을 하셨군요
혹은, 내가 생각했던 게 바로 이건데 이럴 때는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등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위로받는 순간들을 경험하며
'이래서 책을 읽는 거였지' 싶더라.
그렇게 하나하나 밑줄을 긋다 보면 노란 줄이 빼곡한데
그걸 보고 있으면 마치 내 마음속에 꾹 눌러 담은 것 같은 기분.
특히 불안이 올라올 때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을 만큼 한없이 무기력해지지만
기꺼이 힘을 내어 책장을 펼치면 그래도 내게 손 내밀어주는 문장들이 분명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벌떡 일어날 수 있는 대단한 에너지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세상에는 참 재밌는 일들이 많다는 걸 간접 체험한다거나,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추려면 이렇게 누워만 있어서는 안 되겠구나 하며 좋은 자극을 받는다거나,
적어도 나만 불안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거나,
이 마저도 안될 때는 '아 잠시 쉬어도 괜찮구나, 불안해해도 괜찮구나'라는 걸 느끼고 조급함을 잠시 내려둘 용기가 생긴다거나.
이것만으로도 책은 충분히 가치 있지 않나?
책 대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영상만 보고 싶은 충동이 들 때
제 마음을 다잡으려고 남기는 글입니다 ㅎㅎㅎ
여러분의 책 읽는 이유도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