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을 먼저 찍는 이유
아침 출근길에 주 3회 정도 스타벅스에 들른다.
바닐라크림콜드브루 한잔 마시는 낙조차 없으면...
(액상과당이 체중 증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임상실험한 수준이고요, 스타벅스 호구도 맞습니다... ㅠㅠ)
에어리카노라는 신메뉴가 나온 건 알고 있었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전 세계 매장 중 한국 최초 출시'라는 것.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가 유독 많아서 사실상 아시아 럭셔리 허브 중 하나라는 서울.
구찌, 샤넬 등 패션 브랜드의 앰배서더 자리를 한국 유명인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는 건 이미 오래전 일이고
펜디는 새로운 컬렉션을 세계 최초로 선보일 곳을 롯데 본점을 선정한 바 있으며
샤넬도 세계적인 가수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만든 제품을 서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콘서트도 가졌었다.
뉴 베이비 디올 컬렉션도 한국에서 최초로, 구찌와 디올에 이어 루이비통 레스토랑 오픈도 세계 최초였고
이탈리아 슈퍼카 람보르기니도 코리안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모델을 내놨었다.
평균 가격이 무려 3억에서 최대 7억까지 하는 그 슈퍼카 브랜드가
인구 5,200만 명에 1인당 GDP 약 3만 달러 수준인 나라에서.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명품 지출액은 약 325달러.
연간으로 보면 약 20조 원, 세계 1위 시장.
이 인당 수치는 미국의 약 280달러보다 높고, 중국 약 55달러와는 비교도 안된다.
그런데 미국의 1인당 GDP는 7만 5,000달러.
소득은 미국의 절반인데 명품 소비액은 더 많다.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소득 대비 소비가 강하니 즉, 마케팅 비용 대비 회수율이 매우 높은 시장일 것이다.
한국은 인구 5,200만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 구조는 브랜드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데 플래그십 스토어 하나를 강남에 열면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소비 인구가 거대한 규모로 형성된다는 뜻이다.
파리나 뉴욕은 상징성은 강하지만 소비 인구가 넓게 퍼져 있다.
그런데 서울은 다르다. 소비가 압축된 도시다.
단위 면적당 소비력으로 보면 서울의 럭셔리 상권은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낮은 론칭 도시로 평가할 것이다.
한국 소비자는 반응이 빠르다.
팔리는 제품은 정말 빠르게 팔리고, 반대로 안 팔리는 제품은 정말 확실하게 안 팔린다.
피드백 루프가 짧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유행에 민감하다.
모델 주우재 님 왈, 해외에 나가서 한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는 법이 있는데
길에서 뉴발란스의 유명 모델을 신은 걸 보고 올려다보면 다 한국인이라나.
그래서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을 실험 시장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스타벅스의 새로운 메뉴 실험이나 명품 브랜드의 한정 컬렉션 론칭이 한국에서 먼저 이루어지는 이유다.
한국에서 유행한 제품은 종종 세계로 퍼진다. 특히 요즘은 그 영향력이 더 강력하다.
K-팝, 드라마, 패션, 뷰티, 문화 콘텐츠 수출이 소비재 수출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에서 히트한 제품이 한국 셀럽을 통해 노출되면 동남아, 중국, 유럽까지 자연스럽게 확산되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홍보 효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인의 SNS 이용률이 약 90%에 가까워서 실시간 기록(자랑 혹은 과시)을 하는데
소비자가 자발적 마케터까지 되어주니 한국 시장을 마다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명품을 처음 접하는 진입 연령대가 아주 낮다고 하는데,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첫 경험한 브랜드를 오래 기억할 테니 미래 고객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한국인들의 소비를 이끌어낸 걸까?
한국은 사회적 지위 인식과 비교 스트레스 지표가 높은 국가에 해당한다.
학벌 경쟁, 직장 경쟁, 부동산 경쟁, 외모 경쟁 등 삶 자체가 랭킹 구조에 가깝다.
그중 소비는 '나는 이 정도 위치다'를 보여주는 비교적 쉬운 방법 중 하나일 테니
어쩌면 단순한 물건이 아닌 나의 위치를 구매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한국은 거의 50년 만에 선진국이 된 그야말로 압축 성장 국가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간 자산 격차, 급격한 계층 이동, 불안정한 사회 지위를 겪어 와서
지위 불안으로 인해 현재의 위치를 보여주는 방식이 필요했을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귀족 계층이랄 게 거의 사라지도 없는 사회인데,
서양은 귀족, 가문, 오래된 자산과 같은, 일종의 헤리티지가 존재하지만
한국은 그 계층을 보여주는 방식이 집, 차, 명품 같은 소비재로 나타난 것도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SNS 사용률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SNS 사용이 많을수록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도 있다.
오늘 일상을 기록하는데, 이왕이면 믹스 커피 대신 스타벅스 커피 사진을 올리는 뭐 그런 거?
SNS라는 게 타인의 삶의 가장 좋은 부분, 즉 하이라이트만 보게 만드는 구조여서 더욱 이를 부추긴다.
나는 예전에도 과시할만한 건 없어서 그저 연간에 한 번쯤 일상 및 여행 기록용으로만 쓴 적이 있는데
한번 들어가면 멋지고 화려한 타인의 삶을 엿보느라 반나절 훌쩍,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있다.
내 휴대폰에는 지금 인스타그램 앱이 삭제되고 없다.
결국 이유는 아주 복합적이라는 것!
소비의 옳고 그름은 각자 판단할 몫이니까,
참고로 어느 소비자도 비난할 의도로 쓴 글이 아닙니다.
소비할 여유가 되면 적극적으로 소비해서 시장 경제가 돌아가게끔 해야 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사는 걸 지지합니다.
무엇보다 저도 명품 많이 좋아해요... 경제력이 따라주지 않을 뿐 ㅠㅠ
가볍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