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명(明)과 암(暗)

전쟁 종결을 바라며

by 솜사탕


AI가 세상을 바꿔놓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세대로서 기술의 발전을 체감하며 살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라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AI 발전의 속도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눈만 뜨면 AI 소식에, 웬만한 대화는 기-승-전-AI로 끝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나부터 업무에 정말 많이 활용하고 있다.

지금은 시장 조사하고, 자료 만드는 데 도움 받는 정도임에도

AI가 없었던 시절에 어떻게 일을 했나 싶을 만큼 잘 써먹고 있는데

에이전트 팀 구축하고, 바이브 코딩까지 할 줄 알게 된다면 생산성은 말도 못 하게 높아질 것 같다.


더 이상 사람 늘릴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8시간이 아닌 24시간 근무를 시킬 수 있고,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게다가 지시하는 자도 지시받는 자도 서로의 감정까지 염려할 필요도 없다.

AI는 상처받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은 늘 양날의 검과 같았다.

AI 역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등의 강력한 명(明)과 함께

일자리 침체는 물론 보안, 프라이버시 침해, 인간의 가치 훼손과 윤리적 책임 등 심각한 암(暗)이 공존한다.


예를 하나 들자면, AI Slop (AI 슬롭)

영어로 slop은 음식 찌꺼기, 오물 같은 것을 뜻하는데

AI가 무분별하게 찍어내는 저품질 콘텐츠를 빗댄 표현이다.

블로그 글, 마케팅 문구, 유튜브 스크립트는 당연하고, 정확성을 요하는 기사조차도 AI가 대량 생성해 낸다.


최근에는 한 기자가 검수 없이 AI가 생성해 낸 기사를 그대로 배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그저 회수하면 그만인 게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작성된 내용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

AI의 도움을 받는 건 좋으나 기자로서의 사명이 있다면 검수라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슬롭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유튜브 CEO 닐 모한은 쇼츠의 하루 조회수가 2,000억 회까지 폭증하면서 쓰레기 콘텐츠가 넘쳐난다며

2026년 올해 플랫폼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AI 슬롭 퇴치와 딥페이크 탐지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암(暗)의 하나라고 본다면,

슬롭 때문에 고통받는 기업들과 사람들을 구하고자 슬롭 방역에 집중하는 시장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새로운 산업 기회를 창출했다는 의미에서는 명(明) 일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또 하나.

차마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 키워드, 전쟁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될 전망으로 보인다.

그런데 핵심은 오늘날의 현대전이 AI 전쟁이라는 것이다. AI의 첫 전쟁 참전이랄까.


미 국방부는 원래 정보 분석, 목표 식별, 전투 시뮬레이션 등에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사용해 왔고

국가 안보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AI 중 하나이니 군이 필요하면 제한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앤트로픽은 대규모 국민 감시 금지, 완전 자율 살상무기 사용 금지로 사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공식 정책과 사용 방식에서 차이가 있고, 더 큰 문제는 이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만약 'AI'가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공격 대상 후보를 추천하고 '인간'이 하나를 선택해서 미사일을 발사한다.

AI는 단지 분석한 것일까? 아니면 사실상 공격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것일까?

이러한 문제가 대규모 살상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힘없는 민간인들이 피해를 본다면?

이미 초등학교에 폭탄이 떨어져 어린이 등 16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다.

과연 앞서 언급한 인간의 가치 훼손과 윤리적 책임 소지는 어디에 있는 걸까?


2003년 이라크전 당시 후세인 생포까지 9개월이 걸렸는데

이번에 이란 공습과 하메네이 제거, 그리고 사망 확인까지는 15시간 걸렸다고 한다.

팔란티어의 고담이 위성사진과 정찰, 통신 기록을 분석해 이란 군사시설과 은신처를 찾아냈고

클로드는 수만 가지의 시나리오 중 최적의 작전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만을 선택하는 AI가

인명 살상에서도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그놈의 '효율'을 따져 판단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역사가 펼쳐질 것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전쟁은 국가와 개인의 재화를 철저히 파탄시키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불필요한 살상과 파괴에는 막대한 복구 비용이 따르며, 적국의 반발까지 부른다.

적국의 원한은 훗날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

- 손자병법 중 -


어제부터 손자병법 읽기 시작해서 감정이입했다.

지금이라도 트럼프가 손자병법을 읽어봤으면 하는 황당하지만 진심인 바람으로 이만...


"장기전은 자멸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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