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생리대 출시
여성에게 생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대략 15세 전후에 시작해 폐경까지 약 40년 정도 지속된다.
그 40년 동안 여성은 매달 생리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화장품이나 꾸밈 비용은 개인 선택일 수 있지만, 생리용품은 다르다.
인간의 생리적 특성 때문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다.
한국에서 생리대 가격 논란은 아주 오래 지속되어 왔다.
실제로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생리용품 가격은 높은 편인데
한국 여성의 월평균 월경 비용(생리대, 탐폰, 진통제 등)은 약 3만 6천 원 수준.
세계 3위에 해당한단다.
한국은 이미 2004년에 생리대에 붙던 부가가치세를 없앴음에도
OECD 국가 중에서 생리대 단가가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생리대 빈곤(period poverty)’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생리대를 사지 못해 다른 물건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사회 문제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번 정부가 생리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 직후 유통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깨끗한나라와 협업해 개당 100원 생리대를 출시하기로 했다.
이 가격은 기존 다이소 판매 제품보다도 최대 약 60% 낮은 수준이다.
갑자기 업계에서 저가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한킴벌리는 '좋은 느낌'의 절반 가격인 중저가 생리대를 출시한다고 했고
또 깨끗한나라와 손잡은 세븐일레븐도 개당 181원 생리대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심지어 정부 최초의 공공 생리대 등장을 내놓았는데,
하반기부터는 지역 10곳의 공공시설에 무료자판기 등의 형태로 생리대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초저가 제품이 출시됐다는 건 원가 구조상 가능한 가격이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여성을 위해 기업이 손해를 보고 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절대 없다.
1. 시장 구조
생리대 시장은 대부분 국가에서 소수 브랜드 중심 시장이다.
소비자가 매달 '반복적으로', '구매해야만' 제품이고, 브랜드 신뢰도도 높아 가격 탄력성이 낮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가격이 비싸도 소비가 줄지 않는 제품이다.
실제로 독일 연구에서도 생리용품은 가격 변화에 수요가 크게 변하지 않는 비탄력적 제품으로 분석됐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출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2. 정책
흥미로운 점은 많은 나라에서 생리대 가격 문제는 세금 문제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른바 ‘tampon tax(탐폰 세금)’ 논쟁이 이어졌고
약 50개 국가가 생리용품 소비세를 낮추거나 폐지했다.
*탐폰 세금 : 필수품인 여성의 생리용품에 부가세가 부과됨을 일컫는 말
하지만 세금이 줄어든다고 해서 항상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는 않는다.
유럽 여러 나라의 연구에서도 세금 인하 후 가격이 약 10~13% 정도만 내려가는 효과가 확인됐다.
즉 세금 문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3. 낮은 기술 장벽
소수 브랜드가 중심인 시장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실 기술 장벽이 매우 높은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본 구조인 흡수체, 커버, 방수층을 갖추면 된다.
물론 브랜드별로 소재나 구조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기술이 들어가는 제품은 아니다.
그래서 초저가 제품도 안전 기준만 통과하면 판매가 가능하다.
일부 연구와 마케팅 메시지로는 식물성 소재, 친환경 소재등이 환경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곤 하지만
가격과 건강 효과를 직접 연관 지은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비싼 생리대가 더 건강하다는 과학적인 합의가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그 값을 지불하고도 항상 '발암 물질 생리대 리스트'가 공개되곤 했는데,
국내 유통되는 생리대의 97%가 해당하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거나, 아니라고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이번 달에도 다음 달에도 구매해야만 할 테니.
정부가, 그리고 국가의 수장이 가격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기업들은 대응하기 시작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두 가지 리스크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 정부 규제 가능성
- 여론 리스크
정책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무슨 이유가 되었든 더 이상 '생리대 빈곤'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없어지기를,
그리고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