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자격이 있다

by 솜사탕


홍콩행 항공권을 예약했다.

아무 계획 없이 이렇게 충동적인 건 처음이다.

퇴사 후 상해로 떠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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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문득 든 생각.

'난 앞으로 어떻게 될까?' (사실 늘 하는 생각이라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님)


당장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비행기 스케줄을 조회하고 일단 좌석이 남아있다는 걸 확인했다.

갑자기 설레서 잠이 확 달아났는데, 그 길로 한참 깨어있었다. 출근해서 휴가계를 내야겠다 다짐하면서.


그런데 다음날 또 병이 도졌다.

'연차를 써도 될까? 내가 지금 여행을 떠날 자격이 있나? 나 혼자 이렇게 누려도 될까?' 자문하며

내가 과연 완전한 휴식, 이유 없는 일상의 기쁨 등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행복한 감정 자체를 두려워하는 편이라

'이 좋은 건 곧 끝나겠지? 내가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나만 하하 호호 즐거우면 괜히 죄책감이 드는, 어쩐지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감각을 느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행을 통해 얻 것에 대해서도 고민했는데

사실 맛있는 음식 먹고, 낯선 공기 마시고, 평소와 다른 하루를 보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행에 투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ROI를 계산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아차!' 싶었다.

(내가 새로운 경험을 주저하는 이유 : 투자 대비 수익률부터 계산하는 멋없는 인간으로 타고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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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에 빠지지 않기로 했으니 그만!

지금이 나에게 주어진 두 번째 인생이라 생각했을 때 다짐한 게 있다.

나한테 진짜 진짜 잘해줘야지, 기쁜 것에 죄책감 느끼지 말아야지, 마음껏 좋아해야지!


그래서 나는 이번 주말에 진짜 떠난다. 설렌다.


생존 방법 공유

무거운 생각은 빨리 접는다.

솔직한 마음의 소리에 집중한다.

내가 원하면 한다. 나는 원해도 된다. 나는 원할 자격이 있다.


내가 갈게,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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