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계획형 인간들의 특징이 있다.
계획을 완벽하게 잘해서가 아니라, 계획이 틀어지면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그래서 언제부턴가 새해를 맞이해도 거창한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는다.
인생이 어디 마음대로 됐던가? 하면서.
하지만 일상에서는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휴대폰 메모 앱에는 늘 to do list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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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앞둔 평소의 나라면 대략적인 코스 정도는 짰을 것이다.
첫째 날에는 어디, 둘째 날에는 어디, 뭘 보고 뭘 먹어야지 하는 수준으로.
(참고로 나는 계획형이긴 하지만, 엑셀 시트에 시간대 별 코스를 정리하는 그런 유형은 또 아님)
그런데 이번에는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떠나는 날까지 하지 않을 것이다.
보고 싶으면 보고, 먹고 싶으면 먹고, 앉고 싶으면 앉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다녀보려고 한다.
계획하지 않은 삶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란 게 없었다.
크게 궁금한 일이 없으니,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그런 호기심, 흥미, 설렘, 갈증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내 삶이 무료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는 많이 궁금해하는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궁금하면 보고, 듣고, 또 먹으면서 흥미와 욕구를 차곡차곡 충족시키는 감각을 느껴보고 싶다.
조금 덜 꼼꼼하고 덜 완벽해도 오히려 재미가 배가 되는 그런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