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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경 Aug 26. 2021

#6. 외로움과 배고픔의 상관관계

[댕경X인영구] 댕경으로부터

며칠 전 과외를 가는 도중에 과외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하루만 쉬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미 그 학생의 집을 향해 출발한 상태였지만, 뭐 별 수 있나. 학생에게 보강 일정을 덧붙이며, 푹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다음에 보자고 했다. 이 수업이 그 날의 마지막 일정이었는데 갑자기 일정 하나가 없어지니 마음이 공허해졌다. 이렇게 시간이 비면 난 뭘 해야 하지? 그냥 집에 들어가는 건 뭔가 아쉬워서, 누구라도 만나자고 얘기를 해볼까 하며 핸드폰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다 다시 주머니 속에 넣었다. 약속도 하지 않은 채로 당장 누구를 만날 수 있지?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니 조금 서럽고 외로워졌다.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싶었다. 차라리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서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고, 제주도로 바다를 보러 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냥 가던 길을 돌아 다시 집으로 향했다. 꼭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예전이면 아무에게나 막 연락해서 만날 사람을 찾아봤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겠더라. 평소에 남들에게 연락을 자주 하는 성격도 아닌 데다가, ‘다들 일이 있고 약속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누구에게도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집에 차를 세워놓고 아무 버스나 탄 후에 종점까지 가볼까, 지하철을 타고 2호선 한 바퀴를 돌아볼까, 생각만 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안방에 켜 놓은 스탠드 불빛만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래, 이 시간에 저녁을 먹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데 밥이나 먹자, 하며 오래간만에 피자를 시켰다. 그대로 침대에 뻗어 누웠다. 불 꺼진 방에서 하염없이 어두운 천장만 보며 피자를 기다렸다. 얼마 전에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이유가 직접 요리해먹는 게 귀찮아서가 아니라, 그래도 음식을 가져다주러 누군가가 우리 집 앞까지 온다는 그 사실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 음식을 배달 시킨 것에 대한 자기합리화같긴 하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 앱으로 배달을 시키면 음식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마치 약속 장소에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처럼. 갑자기 며칠을 굶은 것처럼 배가 고팠다. 분명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밥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배가 고프다.






외로움은 마음의 허기인데, 사람들은 마음이 허기진 걸 몸이 허기진 걸로 생각하고 배가 고프다고 느낀다는 글을 어디서 본 적이 있다. 내가 배가 고픈 건 저녁을 안 먹어서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마음이 허기져서 배가 고픈 건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서울에 올라와서 산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럴 때마다 공허하고 외롭다. 동네 친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맥주 한 잔 하자고 불러주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또 가만히 어두운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가, 피자 배달이 도착해서 받아왔다. 평소에는 피자 한 판을 시키면 두 조각밖에 안 먹는데, 이 날은 세 조각에 사이드디쉬까지 먹었다. 콜라도 잔뜩 마셨다. 피클도 잔뜩 집어 먹었다.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또 배가 고팠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음식을 뱃속으로 욱여넣어야 하는 걸까. 그렇게 해서라도 외로움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정말 그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될까. 음식 따위로 내 외로움을 채울 생각을 하다니, 조금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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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 레터는 매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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