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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나 Apr 07. 2018

"I'm proud of you"

나에게 주는 작은 격려

첫걸음이 제일 어려웠다면 두 번째는 조금은 더 쉬웠다. 미국 엄마들 소그룹 기도모임, 그날은 참석 인원이 더 줄어 있었다. 나까지 모두 네 명, 그런데 어랏! 친숙한 동양 엄마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다. 유창한 영어를 들어보니 여기서 태어난 엄마인 것 같았다. 중국 사람일까 한국 사람일까 궁금했지만, 우선 그들의 대화 내용을 따라가기만도 벅찼기에 국적은 패스~ 통성명과 아이들 소개만 간단히 나누었다.   


나 빼고 모두 네이티브 스피커들, 아.. 그들끼리 하는 대화는 역시 말이 너무 빨랐다. 이들의 대화를 다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간절히 염원하며 귀를 쫑긋 세우는 가운데 리더 엄마가 자신의 힘든 문제를 잠시 나누었다. 지난번 모임에서 다음 학기부터 두 아이를 홈 스쿨로 공부를 시킬 거란 말을 듣고는 대단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큰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키가 작고 예쁘장하게 생긴 백인 여자아이인데, 그런 일이 있을 줄이야... 가슴이 아팠다. 그 엄마가 스트레스 때문에 눈이 떨리는 증상이 생겼다 했는데, 아마 이 문제가 컸을 것 같았다. 자식의 문제 앞에 장사인 부모가 어디 있으랴. 자신의 문제로는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안 해도 자식 문제 앞에서는 무릎을 꿇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니... 그 엄마는 교장에게 학교 아이들에게 따돌림(bully)에 관해 교육을 해달라고 건의해도 교장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고 한다.(너무해 교장!) 학교에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딸아이와 함께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영어에 문제없고 말 잘하고 적극적인 백인 엄마도 이런 문제 앞에서 힘들지만, 나 같이 영어 부족하고 소극적이고 말 잘 못하는 동양 엄마가 이런 문제를 당하면 더욱 서럽고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으리라...


사실 말이 너무 빨리 오고 갔기에 얼핏 감을 잡으며 사연을 따라갔지, 구체적으로 듣지를 못해 나로선 답답할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기도가 시작되었다. 우리의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며, 또 다른 감사 제목들로 감사드렸다. 학교와 선생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모든 순서를 마쳤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영어였지만, 철판 깔고 그냥 기도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마 이 부끄러움도 없어지리라. 모두 그러려니 이해해주고 나도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그냥 편하게 말할 수 있으리라...     


문득 옆의 동양 엄마가 내게 한국인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다. 그녀 역시 한국인이었다! 왠지 한국말은 못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그래도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너무 반가웠다. 따로 말해 보고도 싶었지만 분위기상 그러지 못하고 엄마들 수다를 조금 더 듣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다에 끼고 싶으나 말을 알아듣기도 벅차고 끼어들 여지도 잘 찾지 못하는 이 설움... 그것이 또 내게 간절한 동기로 다가옴을 느꼈다. 집에서 나 혼자 기도할 때도 영어로 해 봐야지 싶었다. 영어로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기도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하며.    




그리고는 금세 한 주가 흘러갔다. 어... 준비도 별로 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성큼성큼 다가왔다. 모임 전, 엄마들 메시지들이 심상치 않았다. 일주일 간의 봄방학이 시작되는 바로 전 주 금요일이라 벌써 여행을 떠난 집도 있었다. 약속이 있어서, 몸이 좋지 않아서 못 나온다는 메시지들도 떴다. 리더 엄마조차 약속이 있어서 30분만 시간을 낼 수 있다 했다. 나도 가기 싫은 마음이 불쑥 솟아올랐지만, 꾸욱 참고는 갈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다른 한국 엄마도 올 수 있다 해서 조촐하게 3명 모이겠구나 싶었다.     


사실 리더 집은 우리 집과 무척 가까워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시간에 맞춰 빨리 가기 위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차로 도착했다. 출입문 쪽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컹컹 짖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엄마가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며, 환영해 주었다. "Good to see you!" 그런데 다른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뜨아~ 알고 보니 다른 한국 엄마가 복통이 나서 못 온다고 메시지를 보내서 결국 우리 둘이서 기도회를 하게 된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못 온다고 할 걸 그랬나 후회가 얼핏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아마 그 엄마도 이런 상황이 편치 않았을 것 같다. 영어도 서툰 나와 둘이서 기도를 해야 하니...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 시간은 30분이라는 것!    


두 사람만 마주하려니 처음엔 어색하고 긴장도 되었지만, 오히려 둘만 이야기하는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민트 잎 동동 띄운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가벼운 대화부터 나누었다. 내가 지난주 스키 여행 잘 다녀왔냐고 하나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그 이상을 보여주는 그 엄마의 센스로, 잠시 그 가족이 신나게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동영상을 감상했다. "와우, 스노보드 잘 탄다!" 말하려는데 이게 동사가 ride를 써야 하나 do 아니면 play를 써야 하나 헷갈렸다. 에이.. 그냥 말했다. "Excellent!" (나중에 찾아보니 그냥 snowboarding, 아니면 do snowboarding을 써도 되더라)    

기도시간. 여느 때와 같은 순서였는데, 오늘은 그 엄마가 성경 구절 찾는 순서를 넘기고 바로 다른 기도로 넘어가길래 조용히 지적을 해 주니 자신도 뭔가 이상했다며 고마워했다. 여전히 짧은 영어였지만, 이번엔 더 간절한 마음이 되었다. 특히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할 때 첫째 아이 문제도 알기에 기도를 잘해 주고 싶었지만, 좋은 표현이 막상 떠오르지 않아 안타까웠다. "Lord, you are the best friend to her." 진심이긴 했으나 할 말이 없어 이 문장을 두 번이나 반복.. 에고, 창피한 마음이 스쳐 지나갔으나 어쩌랴. 내 마음만 알아주길.   

둘이 하는 기도라(그리고 내 짧은 영어 기도로) 훨씬 빠른 시간에 마쳤다. 30분도 오히려 넉넉해서 대화도 더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지난번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사실 영어가 부족해서 모임에 참석하기를 망설였는데, 따뜻하게 환영해 주고 나를 받아줘서 고맙다고. 나도 여기 오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고. 그랬더니 나에게 잘했다, 용기 내줘서 고맙다며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 주었다. 이렇게 말하면서.

I'm proud of you.


그 말이 내 가슴에 남았다. 내게 주는 작은 격려로. 그래, 못한다고 뒤로 빼지 말고, 못했다고 너무 부끄러워하지도 말자. 노력하는 한 걸음 한 걸음들이 자랑스러운 것이니.   


자신의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어 고맙다며 나를 안아주는 그녀를 뒤로 하며, 오늘 참 잘 왔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에 상쾌함이 절로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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