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면 그만
어제도 아빠와 키즈카페에서 신나게 논 아이가
오늘도 키즈카페를 외친다.
요즘 또래 남자아이들과 레이싱을 하며
유대감을 느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나는 잠시
어린이 도서관을 갈지, 키즈카페를 갈지
내적 갈등을 하다가
결국 키즈카페로 향한다.
가는 길, 아이는 차 안에서
세상모르게 잠이 든다.
도착하자마자
수십 대의 자동차가 준비된 레이싱 공간으로 달려간다.
없는 신호등을 상상하며
“지금 빨간불이야! 멈춰!”
“초록불이야! 가자!”
신나게 달린다.
그런데
포크레인 차량을 타고 온 한 아이가
길을 가로막기 시작한다.
“공사 중이야. 이 길로는 못 가.”
나는 3분간 관찰한다.
내 아이는
“여긴 다 같이 노는 공간이야”라는 말도 못 한 채
말없이 방향을 바꾼다.
다른 아이들도 우왕좌왕한다.
한 어른이 상냥하게 치워달라 말해도
그 아이는 꿈쩍하지 않는다.
나는 다가간다.
“친구야, 이거하고 싶지?
포크레인으로 파는거 하고싶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와, 그럼 잔디 위에서 하면
더 잘 보이고, 친구들도 지나갈 수 있겠다.”
“싫어요. 자동차들 있는데요.”
“자동차들 치워볼까?
치우는 거 보여줄 수 있어?”
아이는 갑자기 자동차를 하나씩 번쩍 든다.
영차, 영차.
세 대, 네 대를 옮기고
포크레인도 잔디 위로 이동시킨다.
“와! 힘 진짜 세다.
친구들 길도 열어줬네? 멋지다.”
아이는 뿌듯하게 웃는다.
조금 전까지 길을 막던 아이는
이제 레이싱을 하겠다며 달려 나간다.
잠깐이지만
그 아이와 나는 순수한 친구가 된다.
길을 막는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길을 막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막고서라도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묻고 싶다.
그리고
그 욕구가 머물 수 있는
다른 경로를 함께 찾아주고 싶다.
어쩌면
어른들의 삶도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길을 막는 사람들의 진짜 의도는
막고 싶어서가 아니라
막지 말라는 말 대신,
왜 그러고 있는지를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