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돌보기 위해, 나부터 돌본다.
눈물이 나는 듯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해야 할 집안일이 이미 산더미인데
새벽에 아이가 침대에 쉬를 했다고 한다.
“실수해도 괜찮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집안일 +1.
부부 침대로 와 다시 재웠는데
“엄마, 진짜 또 실수로 이번엔 조금…”
그래, 실수할 수 있지.
집안일 +2.
“엄마 나 응가 마려워. 닦아줘~”
그래, 그래…
그런데 이 녀석이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유치원 갈 준비를 못 하겠다고 떼를 쓴다.
나는 지금
양쪽 베딩 이불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나도 잠 못 잤는데.
부들부들.
도대체
어디까지 이해를 바라야 하는 걸까.
이불은 어차피 자주 빨기로 결심했으니
이참에 또 빨지 싶다가도,
자연 건조에 건조기, 정리까지 생각하면
곧 하원 시간이 다가온다.
생각만으로도 기운이 빠진다.
다음 주 대학원 개강 준비도 하려 했고,
드레스룸 정리도 하려 했고,
이번 주 도련님 방문 겸 집안 정리도
하려던 날이었는데.
“엄마”라는 역할 안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또 다른 역할들이
끝없이 따라붙는다.
업무로 치면
To-do 리스트를 정리하려는 순간
부장님이 데드라인(하원 시간) 붙은 업무를
가득 안겨주는 느낌.
하원 후에는
콧물 흐르는 저 어린양을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하고,
돌아오자마자 등갈비 핏물을 빼
조림을 해야 하는 나의 숙명.
고기의 냉장 기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남편의 회식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로 가득 찬 하루.
그래서 나는
즐겁지 않았다.
모든 게 부담으로만 느껴졌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열었는지 닫았는지도 모르겠던
지나가다 봤던 카페로 무작정 향했다.
고급스러운 커피 향과
조각 치즈케이크 하나면
나를 조금은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세상은 나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장님이 내어준
품격 있는 치즈케이크와 따뜻한 카푸치노.
내 상상 그 이상이었다.
No 밀가루, No 버터라니. 오 마이갓.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모든 노고를 견뎌낸
나 자신을 안아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내가 아끼는 친구의 생일.
나를 돌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남이 떠오르는 기적.
눈물로 시작했지만
품격으로 마무리된 하루.
엄마는 오늘도
잠깐이나마 스스로를 위로하며
또 하루를 살아낸다.
그리고,
집안일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이에게서 건네받은 작은 위로는
마음 깊이 간직하며...
“엄마, 너무 불안해하지 마.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가 힘든 거 내가 이해해.
내가 더 이해해줄게.”
그 순간,
하루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 맛에,
육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