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지금보다 젊은 시절 - 사랑에 미쳐있었던 20대 후반 - 에 그렇게도 좋아하던 습관 중 하나가 바로 글을 쓰는 거였다. 그때는 브런치도,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없던 시절이었고 PC를 이용해 글을 쓰기 가장 좋은 장소가 Cyworld 만한 게 없었다. 사랑을 하는 이들은 감정이 기복이 매우 심하고, 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아무에게나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난 내가 아끼는 이들만 나의 글을 보기를 원했고, 그것이 가능한 서비스가 오직 Cyworld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키보드를 통해 써 내려가는 글쓰기가 매우 매력적인 시간으로 다가왔었다.
세월이 지났다.
내 옆엔 어느덧 사랑하는 마누라 이외에도 두 아이가 더 있고 난 아빠이자 남편으로써의 역할을 다 하느라 매우, 정말, Very - 이 정도 형용사로는 부족할 정도로 - 정신없이 살고 있다.
두 가지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난 나의 취미 생활을 포기했고, 온전히 나 혼자 즐기는 여유시간들 또한 포기했으며 나를 위해 소비하던 모든 자본을 아이와 가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행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총각 시절보다 많이 행복해졌다고 느끼고 있다. 이게 결혼의 마력인가(?!)..
얼마 전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마음속에서 슬금슬금 "글 쓰는 습관을 다시 시작해볼까.."라는 소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사실 일개 회사원인 내가 - 더군다나 IT 직군 - 어떤 주제로, 무슨 글을 써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씩 써 볼 생각이다. 브런치는 흔한 블로그들처럼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글을 게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누구나 자신이 쓴 글들로 표현되는 공간이기에 이런 시도가 가능한 것 같다.
다시 한번 글을 쓰는 시간이 나를 즐겁게 해주길 기대하며 -
첫걸음을 내디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