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오는 사춘기는..마춘기라 하나요?
어렸을 적에 피아노 학원을 다녔었습니다.
부모님이 이쁘게 잘 자라라고 보내준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 강사님이
뭐라 얘기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손 모양을 똑바로 안한다고 30cm 자로 손등을
맞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안 갔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 보니
피아노를 배우지 않은게 점점 더 아쉬웠어요.
마흔을 넘자 사춘기 비스무리한 녀석이 찾아왔습니다.
나 스스로가 스티븐 잡스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가 그렇게 열심히 세상을 사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이건 끝이 없나?
어디까지가 내 목표인가? 가고 싶기는 한건가?
난, 무엇을 위해 태어난 존재인가?
난, 무엇을 할때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가?
난, 대체 언제 즐거운가?
뭐 이런 질문들이 머리를 가득 메우는 시점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썼었죠.
그래서 두 가지를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첫번째는 글쓰기.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직장인 피아노 독학, 어떻게 독학해야 하는가
이런 것들을 마구 찾아봤죠.
수많은 유투브와 게시글 들을 보고 제가 내린 결정은
'아마 혼자하면 얼마 못 갈꺼야' 였습니다.
제가 아는거라곤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어딘지 아는 것 뿐이였으니까요.
학원을 다니기로 합니다.
그리고 찾아봤는데..세상에나 성인 전용 피아노 학원이 꽤나 있습니다?
모르는 새에 이쪽 세상도 변했나봅니다.
학원을 찾아가서 면담을 받아봤습니다.
저 같이 찾아오는 사람이 굉장히 많답니다.
그리고 3개월내로 그만두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고 하네요.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시네요.
목표요? 그냥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데요.
굳이 목표라면..음 어떤 악보를 가져오든 그걸 보고
칠 수 있었음 좋겠어요.
그래서 무작정 3개월을 등록했습니다.
할수 있을지 없을지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사실 그 학원을 찾아가는데 까지 굉장히 오랜 고민이 있었습니다.
애를 둘이나 키우는 아빠가..애들 학원비를 벌어야지, 내가 학원을 다닌다고?
뭐 이런 걱정이 들었거든요. 사치 같았어요.
사는 게 설렁설렁하니까 쓸데 없는 생각하는 것 같구요.
와이프에게 그런 고민을 털어놓고
아끼는 친구 녀석에게도 털어놨습니다.
두 분의 응답은 같았어요.
'아 그냥 고민하지 말고 해~'
네, 그래서 해보기로 했습니다.
뭐라도 해보면, 이 사춘기가 없어질까 싶기도 했구요.
아직도 제가 피아노를 잘 치는 모습이 머리속에 연상되진 않습니다.
눈에 보여서 마치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미래의 모습은 아니지만
해보면 그래도 후회는 덜 하겠지. 그때 해볼껄 이란 생각은 안하겠지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게 벌써 4개월정도 되어 가네요.
제가 앞으로도 쭉 이걸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재밌네요.
제가 악보를 보고 양손을 서로 다르게 건반을 두드리고 있다는게
스스로에게 묘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내가 아닌 느낌? 낯선 나를 보는 느낌? 근데 이게 재밌단 말이죠.
좀 더 해볼 생각입니다.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