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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맛, 시칠리아

The Art of Taste

by 준비된 여행

아마도 시칠리아를 떠올릴 때, 나에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지중해의 맛'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이태리 음식은 짜다. 파스타도 짜고, 피자도 짜다'란 오래 전의 기억, 짠 것 밖에 안남아 버린 이태리 요리에 대한 인식은 이번 시칠리아 미각 여행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이태리 요리는 예술이다.' 왜 세계 3대 요리에 이태리 요리를 꼽는지, 나의 미각을 업그레이드시킨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될 여행이 되었다.


먼저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식당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Menfi라는 작은 해변가 마을(찾아가기는 여간 쉽지 않다.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곳)에 위치한 Ristorante da Vittorio이다.

음식 사진을 보니 통통한 조갯살을 씹을 때 터져나왔던 싱싱한 지중해의 풍미를 지금도 느끼는 듯 하다.


20170726_193235.jpg 해산물 모듬 튀김
20170726_193245.jpg 비토리오 식당의 파스타
20170726_201141.jpg 비또리오 식당의 후식
20170726_201437.jpg 무료로 주었던 후식

이 레스토랑은 무려 3개월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했고, 여행 동선상 애매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여행 일정으로 생각했던 곳이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인 Vittorio 씨가 호텔과 함께 운영하는 경치 좋은 바닷가 식당이다.

20170726_192018.jpg 비토리오 식당

역시 최고의 요리사란 소문에 걸맞은 음식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맛 본 가장 맛있는 파스타였다. 파스타의 소스에도 씹히는 맛이 있어, 자세히 보니 조갯살이 아주 잘게 썰려 있었다. 시칠리아는 오래전부터 이탈리아에서도 손꼽는 싱싱한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맛의 고장이다.

단적으로 이 식당의 음식 맛을 집사람 표현을 빌려 보자면, '이 식당에서 일주일 동안 점심, 저녁 먹으며 모든 요리를 다 맛보고 싶다.'이다. 앞에 멋진 해변이 펼쳐져 있어, 해변에서 휴식하면서 이 집에서 매일 음식을 먹는다면 굉장한 여행이 될 것 같다.

20170726_191811.jpg 식당 앞 해변
20170726_200434.jpg 식당 안에서 바라본 해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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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많은 해변을 찾아 지중해를 즐겼다. 시칠리아엔 아름다운 해변이 굉장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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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_141025.jpg 마리넬라

파도가 너무 세서 발만 담가야 했던 마리넬라 해변. 셀리눈테 그리스 유적지에서 걸어갈 수 있는 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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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7452.JPG 모데나 해변

여행 중 사람이 가장 많았던 해변인 모데나. 팔레르모 근처에 있어, 해변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시라쿠스에서 가까운 폰타나 비안체 해변에선 하루 종일 꼬박 해수욕만 즐겼다.

20170728_115912.jpg 폰타나 비안체
20170728_135233.jpg 싼 주차료와 비치 파라솔 대여료로 충분한 휴식이 가능한 곳, 폰타나 비안체

폰타나 비안체는 넓은 모래사장에 물도 깊지 않아, 가족 단위 휴양에 훌륭한 해변이다.


시칠리아 음식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북아프리카의 영향이다. 제대로 된 북아프리카 음식을 맛보기엔 시칠리아 북서부 해안이 가장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은 와인 산지로도 굉장히 유명한 지역이다. 북아프리카의 대표음식은 쿠스쿠스(Couscous)인데, 해산물과 곁들인 해산물 쿠스쿠스는 정말 일품이다.

서부 해안 Valderice 란 어촌마을엔 유명한 쿠스쿠스 전문점인 Sirena di Sansica란 식당이 유명하다.


와인으로 유명한 곳은 서부의 마르살라인데, Donna Fugata(도망친 여인)란 브랜드의 아름다운 라벨로 유명한 와이너리도 이 곳 시칠리아 서부 해안에 존재한다.


시칠리아는 다양한 파스타나 해산물 요리와 함께 다양한 간식, 쿠키류도 유명하다. 특히 카놀리(Cannoli)란 음식은 어느 호텔 조식이나 식당, 심지어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기념품으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20170729_184216.jpg 카놀리

카놀리는 리코타 치즈를 밀가루 튀김과자로 싼 음식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맛이 나는 음식이다. 먹으면서 느끼는 점은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열량이 높을 것 같다.


아란치니란 밥튀김도 굉장히 유명한 음식인데, 안에 다진 고기나 치즈가 들어가 있고, 언젠가 밥으로 만든 버거를 롯데리아에서 판 적이 있는데, 약간 비슷한 느낌이다.

20170729_143631.jpg 에트나 화산에서 허겁지겁 먹었던 아란치니(Arancini)


아그리젠토에서 먹었던 점심도 꼭 소개하고 싶다. 시칠리아 파스타의 전형을 맛보았다고나 할까?

해산물과 시칠리아 산 야채 등 재료의 기본 맛에 아주 충실한 그런 파스타였다.

아그리젠토 시내에 위치한 'Leon d'Oro'란 식당이다.

20170727_130109.jpg 조개맛이 일품인 봉골레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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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_130135.jpg 시칠리아는 바닷가라 어디서나 해산물 튀김이 흔하다. 사실 지중해가 없는 유럽 내륙에선 정말 보기 힘든 음식이다.
20170727_125003.jpg 깔끔한 아그리젠토의 레온도로 식당 인테리어
20170727_232244.jpg 시라쿠스 오르티지야에서 유명한 (시칠리아인도 줄서서 먹는) 카놀리 가게 - Chiesa di Santa Maria alla Badia 바로 앞 건물


에리체에서의 맛 본 파스타와 피자도 굉장했다.

시칠리아 음식은 그 어디서건 내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하지 않게 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소스의 풍미 또한 본 재료의 맛을 더욱 북돋아주는 그런 음식들이다. 같은 종류의 음식을 시켜도 결코 질리지 않는다. 신선한 재료와 담백함이 그런 맛을 내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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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5_140059.jpg 에리체에서 맛본 피스타치오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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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5_133601.jpg 에리체 관광지 중심에 위치한 식당(인포메에션에서 소개 받은 집) 메뉴
20170731_112049.jpg 세계적인 유명 요리사인 비토리오 식당 영수증

시칠리아 음식을 굉장하게 만드는 요소는 가격이다. 일반적인 식당, 또는 관광지 식당, 더군다나 비토리오 식당 같은 굉장히 유명한 식당도 서유럽 어느 곳에 비해서도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다. 맛과 품질에 대비 가격은 여행자에게 엄청난 호사스러운 미각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탈리아는 커피로도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한 가지 재밌는 경험은 차가운 커피에 대한 것이다. 유럽엔 일반적으로 아이스 커피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에스프레소를 주로 즐기는 이태리에서 얼음이 들어간 커피란 굉장히 특이한 것일 것이다. 차가운 커피(Caffe Freddo)란게 메뉴에 있어 놀라면서 주문했는데, 아이스가 아닌 그냥 약간 차가운(미지근한 것보단 약간 차가운 정도) 에스프레소였다.

다시 한번 이탈리아 커피를 실감했다.

20170729_171309.jpg 차가운 커피, Caffe Freddo

Erice에서 잊을 수 없었던 맛에 대한 기억은 Maria Grammatico제과점의 다양한 쿠키를 맛본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과점인 마리아 할머니 제과점엔, 지금은 할머니가 아닌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쿠키를 판매하고 있었다. 종류만도 대략 50여 종은 넘어 보였다. 그중에서 골고루 10여 개를 맛보았다. 정말 익숙한 맛, 달콤한 맛, 매우면서 약간 떫은맛의 쿠키 등을 맛보았다. 쿠키의 색다른 세계를 체험한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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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5_160435.jpg 마리아 그라마티코 제과점의 다양한 종류의 쿠키와 빵
20170802_062204.jpg 내가 구입한 시칠리아 와인


시칠리아는 모든 관광의 요소를 떠나 맛, '지중해의 맛' 하나만으로도 여행의 기쁨과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시칠리아, 지중해의 맛은, 그 새로운 미각적 경험은 나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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