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우강 주변의 아름다운 마을들 - 바하우 계곡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1시간 이내에 위치한 바하우 계곡의 마을들을 다녀왔다. 이곳엔 크렘스, 멜크 수도원 등 비교적 알려진 큰 관광지가 많지만, 이번엔 그동안 가보지 않은 작은 마을 위주로 다녀왔다. 이 지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 지역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간 곳은 Schloss Schonbuhel (쇤 뷔엘성) 이 있는 마을이다.
도나우 벤트 중 안 가본 곳 위주로 골라 보았는데, 이 아름다운 뷔엘성이 눈에 띄었다. 강가 절벽에 세워진 고성이 운치가 있어 보였다.
성 근처에 다가갈수록 우리 말곤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그런 고요한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름다운 성은 문에 굳게 닫혀 있는 사유지였던 것이다. 성의 입구 대문엔 PRIVAT이란 표시가 떡 하니 쓰여있었다. 이 성의 주인은 어떤 부자일까? 예전 성주의 자손일까? 괜한 궁금증이 들었다. 아쉬움과 부러움이었을까?
주변에 호두나무와 사과나무가 있었다. 사람이 별로 안 살아서 인지, 줍지 않은 사과와 호두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집에서 몇 개 주워온 호두를 까먹어 보았는데, 싱싱해서인지 정말 고소했다.
성을 둘러보고 출출해진 우리 가족은 다음 목적지 슈피츠(Spitz) 마을로 향했다.
긴급하게 트립어드바이저를 활용 가장 인기 있는 집을 찾아갔다. 마을 입구에 있는 HAUS PRANKL이란 호텔 겸 식당이었다.
큰 관광버스가 2대나 대어져 있을 만큼 유명한 맛집이었다. 나중에 계속 보게 되었던 관광객들이 모두 이 집에서 점심을 먹은 것 같다. 무려 1680년부터 식당을 한 전통의 맛집이었다.
주요 메뉴는 역시 오스트리아답게 슈니첼(넓고 평평하게 자른 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요리)이었지만, 채식주의 식단도 있었고, 어린이 메뉴도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볼 순 없지만, 맛은 그동안 오스트리아에서 가본 식당 중 손에 꼽을 정도는 되었다.
슈피츠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마을이었고, 독일말을 쓰는 관광객(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사람일 것임)도 꽤 있었다.
슈피츠는 특이하게 계단식으로 포도를 키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하우는 백포도주로 유명한 곳인데, 그뤼너 벨트리너나 독일 품종인 리즐링 등 좀 드라인 한 화이트 포도 품종을 많이 생산한다. 물론 나도 1병 사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와인 이름도 Wachau라서 뭔가 이 지역을 대표하는 듯하여 저절로 손이 갔다. 여행 가는 지역의 고유 와인을 사와 맛보는 것이 요즘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도나우강은 유럽에서 볼가강 다음으로 가장 긴 강이다. 그 길이가 2,850Km에 달하며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까지 이어진 강이다. 이름도 두나, 두나이, 두나브, 두나레아 등 나라마다 다르다. 유명한 대도시인 비엔나와 부다페스트를 가로지르는 강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엄청난 길이의 강이다. 이 도나우강을 따라 일주일 이상 다니는 유람선이 관광상품으로 되어 있을 정도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루마니아까지 유람선을 타고 도나우강 근처 도시들을 관광하는 것도 유럽의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유람선이 지나는 도나우 강변의 각 소도시들마다 선착장들이 잘 만들어져 있다.
슈피츠엔 아름다운 대성당이 있었는데, 안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지만, 정돈된 느낌으로 잘 지어진 성당이었다.
슈피치에선 소나기가 잠깐동안 내렸는데, 아름다운 쌍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에 우리 아이들은 무척 신나 했는데, 지나가는 행인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강가인 이 동네에선 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무지개가 교회 앞에서 끝나서 저 교회에서 기도를 하면 뭔가 축복이 있을 것만 같다.
또 한 가지 슈피츠에서의 이채로운 장면은 기찻길이었다. 집 바로 옆의 기찻길이 운치 있어 보였다. 기차가 다니면 시끄러울 듯 하지만, 아마도 하루에 몇차례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마을 기찻길이다.
마지막 방문지는 뒤른슈타인이었다. 이 곳은 한 번 방문했던 곳이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어 잠시 들렀다. 해가 지는 도나우 강변을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했다.
뒤른슈타인 강변이 아름다워서인지 결혼식 촬영을 하고 있었다.
뒤른슈타인 수도원은 흔하지 않은 파스텔톤 색깔의 아름다운 수도원이다.
파란 하늘과 그 빛이 반사되고 있는 도나우강과 잘 어울린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해가 질 때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를 도나우에서 가을의 강변을 산책했던 그 느낌을 간직한다.
오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유럽을 마음속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