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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02. 2016

세르비아 여행

세련된 대도시 베오그라드와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 여행

'세르비아' 익숙한 이름이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나라다.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핵심 권력을 가진 곳이었으며, 현대에 들어서도 지역 내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전쟁을 치렀고 끝내는 연방 내 대부분 국가가 모두 독립을 하였음에도 연방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어 하던 국가였다. 몬테네그로도 떨어져 나가고, 전쟁을 치른 코소보마저도 서방국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음으로써 이제 더 이상 연방국가가 아닌 것이 현실이 된 국가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국지적 전쟁이나 내전으로 항상 뉴스거리를 제공했던 나라이다.

이러한 나라를 들어가기가 실제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헝가리와의 육로를 통해 들어가는 잘못된 방법을 선택해서 국경을 통과하기 위한 엄청난 기다림과 검문을 감수해야만 했다.

물론 EU 국가인 헝가리 쪽으로 들어오기가 더욱 쉽진 않다. 

유럽은 요즘 난민 문제로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데, 이런 문제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헝가리와 세르비아의 국경이다.


하지만 정작 세르비아 국경을 통과하여 베오그라드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 한산하고 거리에 차가 별로 없다. 하지만 이런 여유로움과 달리 베오그라드에 들어서면 여기가 정말 대도시구나 하고 바로 느낄 수 있다. 엄청난 교통체증과 비좁은 주차공간, 약간 과장을 더하면 베오그라드 시내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길은 서울과 비교해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교통체증과 기다림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대도시의 흔한 교통체증과 많은 사람들. 베오그라드의 첫 인상이 그랬다.

하지만 도시 속으로 들어가 실제 겪어 본 사람들은 정말 세련되었다. 영어도 잘 하고 친절한 것은 물론이고, 북유럽 어느 도시 못지않게 잘 차려입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한마디로 정말 세련된 도시의 풍모를 갖추고 있었다. 유서 깊은 서유럽의 중심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물가 수준은 서유럽 대도시에 비해 정말 저렴하니 나중에 정말 살고 싶은 도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준 높은 생활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도시가 바로 베오그라드이다.  

예전 유고슬라비아의 수도로 문화와 경제의 중심이었던 저력이 도시 곳곳에 풍겨 나고 있었다.

가끔씩 보이는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현대식 건물들은 이곳이 멀지 않은 과거에 격렬한 전쟁을 치른 곳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많은 전쟁에서 NATO 등 서방국가의 반대편에 주로 있었던 나라여서인지, 러시아에 대한 친밀도가 아주 높았다. 베오그라드에서 만난 사람의 말에 따르면 세르비아에선 푸틴이 가장 인기 있는 외국인 정치가라고 했다. 실제로 푸틴의 얼굴이 그려진 뱃지를 팔고 있는 관광지의 가판대도 여럿 보았다.

칼레메그단 공원

'베오그라드' 하얀 도시란 뜻이다. 흰색의 대리석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띄기도 했지만, 하얀 도시란 이름이 이 세련된 도시와 참 어울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오그라드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칼레메그단 공원이 있는 요새 지역이다. 과거의 요새 안에 많은 대형 무기 들을 전시한 전쟁박물관도 규모가 있게 만들어져 있다. 세르비아 하면 떠오르는 '전쟁'이란 이미지가 있어서 인지 조금은 '전쟁'의 이미지를 벗어야 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과거의 전쟁을 반성하고 다시 이런 가슴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교육적 차원에서 활용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단체로 온 듯한 청소년들,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단위 세르비아인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전쟁박물관

'티토'

유고슬라비아인들에겐 구심점 같은 존재였던 지도자. 독재자로 불리기도 하지만, 많은 구 유고슬라비아 인과 세르비아인들은 아직까지 그를 그리워하고 존경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나라(지금은)의 역사에 이렇게 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지도자가, 이념과 체계가 다원화된 지금의 현대사회에선, 쉽게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티토의 사후에 유고슬라비아의 연방이 해체되기 시작했단 것은 티토가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국가들을 하나로 묶는 존재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요새 위의 감시 타워
마하일로거리의 puppet 공연

베오그라드 시내엔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과 비교되는 조그만 골목인 스카다리야 거리가 있다. 많은 다양한 컨셉의 노천카페와 작지만 고급스러운 기념품 가게들로 즐비하다. 카페에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워낙 짧은 거리라 기념품들을 구경하며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자리가 나서 카페에 앉았는데, 옆자리의 세르비아인이 어디에서 왔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인사말들을 배워 보았는데 역시 발음하기나 외우기가 쉽지 않다. 몇 명 만나보지 못했지만 세르비아 사람들에게 친절함과 너그러움이 몸에 배어있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어본 다른 중부유럽 사람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보통 체코나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대부분 무표정이고, 처음부터 호감을 주거나 친절하게 대하지는 않는 편인데 대부분 세르비아인들은 좀 너그러워 보인다고 표현하는 게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아마 과거의 발칸대국의 국민으로서 몸에 밴 국민성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의 억측일 수도 있지만...)

스카다리야 거리 초입의 표지판

스카다리야 거리의 표지판에 Moon이란 표현이 재미있었다. 관광지라서 Moon이란 영어를 쓴 것인지?, Sun이나 Star가 아닌 Moon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궁금증이 생겼다. 밤에 와서 달을 쳐다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랬을 것이라고 혼자서 생각해 보았다.

스카다리야 거리

성 사바 성당은 시내 중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이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성당이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규모의 성당이라 꼼꼼히 둘러보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역시나 발칸반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한다. 1930년에 짓기 시작해 외부는 가까스로 완성되었지만, 내부는 아직도 공사 중이었다. 벽면을 모자이크로 채울 것이라고 하는데 5년은 넘게 걸릴 것이라고 한다. 신앙심이 깊은 세르비아인들이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성 사바 성당
성 사바성당 내부

성 사바 성당 앞엔 유명한 식당인 '?'식당이 있다. 원래 이름은 대성당 식당이었는데 대성당이란 이름은 신성모독이란 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이름을 생각하다 좋은 이름이 나오지 않아 그냥?(물음표) 식당이 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을지는 의문이다. 암튼 재밌는 이름을 가진 유서 깊은 고급 식당이다.


 노비사드는 베오그라드에서 약 90Km 떨어져 있는 세르비아 제2의 도시이다. 성모 마리아 성당이 서있는 노비사드의 중심거리인 슬로보데 광장 거리는 베오그라드 못지않게 세련된 느낌의 거리이다.(중심거리만...)

노비사드 슬로보데 광장

노비사드의 중심에 위치한 성모 마리아 성당은 정교회의 돔 양식이라기 보단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 많이 보이는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깨끗하고 단아한 모습의 성당이 세르비아인의 이미지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노비사드의 성모 마리아 성당


노비사드 슬로보데 광장 거리

노비사드에도 베오그라드 못지않은 번화하고 깔끔한 슬로보데 광장이 있다. 광장 근처에 현대 미술관도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 베오그라드와 같은 대도시는 아닌지라 교통정체나 혼잡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차로 조금만 지나면 중심가와 달리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인상을 주는 낡은 가옥들과 낙후된 도로시설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유럽이나 인근 헝가리 보다도 훨씬 싼 음식 값과 물가는 여행자들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세르비아는 아픈 현대사를 가진, 주로 가해자로의 이미지를 가진 나라이지만, 현재 그 안에 살고 있는 세르비아인들은 너그럽고 세련된 사람들이란 느낌이다.

무엇보다 베오그라드는 비엔나나 부다페스트 못지않은 풍요롭고 잘 다듬어진 외모를 가진 도시였다. 친절하고 세련된 멋진 도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이미지를 간직한 채, 길고도 따분한 기다림의 시간을 인내하여야 하는 헝가리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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