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비된 여행 Jan 16. 2018

마지막 유럽여행-지중해 크루즈

프롤로그 - Costa Luminosa 아드리아해 크루즈 여행

4년여의 이번 중부 유럽 주재기간이 끝나갈 무렵, 우리 가족 마지막 여행은 크루즈로 하기로 이미 정해졌다.

2017년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은 주재원 생활을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마침표여야 했고,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추억을 남길 여행이어야 했다.

조금은 비쌀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가족여행과는 색다르고 편안한 여행이고 싶었다.

마지막이란 느낌에서였는지, 내 기준에선 좀 게으른 여행이고 싶었다. 지금껏 의미 있는 준비된 여행을 위해 사전에 공부하고, 정보를 미리 찾았던 것과는 다른 여행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곳도 이미 한 번 이상은 가 본 도시에 내리는 배를 선택했다. 크루즈는 원래 항구도시에 정박하는 관광상품이니 지중해의 큰 항구도시들은 이미 가 본 곳일 수밖에 없다. 몬테네그로 코토르는 짧게 정박했지만 유일하게 그동안 가보지 못한 도시였다. 특히 코토르는 마지막까지 남겨 둔 보석 같은 도시(사실 여유를 가지고 길게 가려고, 론리 플래닛 몬테네그로 한 권짜리 책을 구매까지 했었는데,,, 지난 10여 년간 끝내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였다. 어떻든 드디어 이번 크루즈 여행에서 가고야 말았다.   

코스타 루미노사에서 찍은 코토르 구시가 모습

크루즈 여행의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인 이번 항해 기간 중 정박하는 도시들은 아래 그림의 일정표와 같다.


우리 가족이 선택한 크루즈는 이탈리아 선사 Costa의 Luminosa란 배였다.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의 성수기 상품이어서, 가격이 비수기의 거의 2배 수준이었다. 아쉽지만, 베란다가 딸리지 않은 창이 있는 1층(배에선 데크 1이라고 부름) 방이었다. 가장 싼 방은 아니고, 중간 수준 정도의 방이다.

4인의 우리 가족이 묵은 코스타 루미노사 객실, 위치가 아주 좋았음


베네치아에서 출발하는 배였으므로 항구 주차장까진 가야 하는데, 99유로에 일주일을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웹사이트를 코스타에서 연결해 준다. 주차장은 바로 배 앞에 있어 짐을 가지고 있어도 움직이기 편리하다.

 배에선 매일 저녁 권하는 복장이 있어 양복도 따로 준비해 갔다. 예를 들면, 드레스 코드가 Informal, Elegant, Gala, White, Masquerade,,,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드레스코드 등 다음날 일정(식당별 식사 메뉴, 식당별 오프 시간, 정박하는 시간, 출발하는 시간, 날씨, 운항 정보, 육안으로 보이는 섬 이름, 밤에 극장에서 열리는 쇼 정보, 각종 이벤트, 단체관광상품 선택 정보 등)이 배에서 호실마다 배달하는 신문(Costa Luminosa는 Diario do bordo라고 부름)에 상세히 나와있다.

각 언어별로 되어 있는데, 한국어는 없으므로 영어를 이용해야 했다.

매일 중요 정보를 객실에 전달해 주는 선내 정보지

배에 탄 손님들은 이탈리아 배여서 인지 이탈리아 사람이 가장 많았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미주나 일본, 중국 사람들도 일부 보였다. 우리가 탄 배에선 아시아 손님은 중국보단 일본계 사람이 더 많이 보였다. 한국 사람은 한 가족 정도 본 것이 전부였다.


배는 생각보다 아주 넓었고, 각종 편의시설이 골고루 잘 갖추어져 있었다. 사실 이런 시설들과 쇼, 이벤트를 잘 즐기다면 배에서 전혀 심심할 틈이 없다.

그 중에서 밤마다 열리는 수준 높은 쇼(주로 노인 관객들이 많았음)는 밤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에 훌륭한 방법이다. 난 이틀 정도 밤에 파도가 심해 멀미 증세가 있어, 일찍 자는 바람에 쇼는 많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유독 멀미를 잘 느끼는 체질이라, 좀 걱정했는데, 생각보단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첫 날은 베네치아를 한 바퀴 돌며 항해를 시작했는데, 베네치아는 이미 한 두 번 와 본 도시가 아니었음에도, 멀리 배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도시 안에서 보는 것과는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베네치아 주민들의 관광객으로 인한 불만이 극에 달해, 베네치아 시는 이미 대형 쿠르즈(5만 5천 톤급 이상)는 산마르코 광장 근처 베네치아항에 정박하지 못하도록 결정한 상태였다. 몇 년 후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베네치아 크루즈 관광도 이루어지지 못한다. 잘 된 결정인 것 같지만, 지금 여행을 하는 여행자의 입장에선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서 더더욱 배에서 보이는 베네치아의 야경을 눈에 하나라도 더 담고자 노력했다.

이제 우리 가족을 실은 이 커다란 배는 베네치아를 떠나 (트룰리(Trulli)로 유명한 마을 알베로벨로(Alberobello)로 가기 위한) 아드리아해의 항구 바리(Bari)를 향해 출발한다.


그전에 30분가량 승선한 전 Crew와 Guest가 의무 참여하는 현장 모의 훈련(Emergency Drill)이 있었다. 남녀노소 객실 손님 모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