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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Jan 17. 2018

동화 속 마을, 알베로벨로

알베로벨로 크루즈 단체여행

이번 크루즈 여행 중 유일하게 단체관광 상품을 선택한 곳이 이탈리아 알베로벨로였다. 크루즈가 도착하는 바리 항구에서 알베로벨로가 가깝지 않은 거리에다 바리항의 정박시간이 아주 짧아서였다.

너무 오랜만에 단체관광이어서였는지 우리 가족에겐 편함보단 답답함이 훨씬 컸다.

답답하게 진행되던 젊은 가이드의 일정 관리나 한참 오버된 버스의 출발시간 등 불만이 터져 나올만했다. 연신 내 차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도시를 이 비싼 돈을 내고도, 짧게 머물러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은 와인 시음과 파스타 시식이라든가, 많은 인원 탓에 늦어지는 일정과 기다림이 못내 아쉬웠다.

관광버스에서 설명을 들은 바리의 로마유적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단체관광 상품인 게 다행일 지경이었다.


바리는 아탈리아 풀리아 주의 주도로 아탈리아 남동부의 꽤 큰 항구도시이다. 도착한 날이 마침 크리스마스이브였던 탓에 시내엔 수많은 인파가 몰려나와 있었다.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광경은 유럽에선 아주 생소한 것이었다.

수많은 인파와 차들의 뒤엉킴으로 관광버스가 바리를 벗어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비되었다.

1시간 30분 달린 끝에 버스가 알베로벨로 외곽 주차장에 다다랐다. 젊은 이태리 가이드(대학생일 듯한, 바리에 산다고 했다.)와 15분 정도 걸어 들어가자, 드디어 아름다운 구시가가 나타났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백 개의 트룰리가 있는 알베로벨로에 왔단 실감이 났다.


트룰리는 원래 이 지역 귀족이었던 콘베르사노 백작이 왕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만든 임시 거주지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지붕이 없어 쉽게 부수고 다시 지을 수 있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지은 집이 더 견고해서 계속 이 형태의 집이 생기고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집집마다 건축가의 다른 표식 문양이 새겨져 있다.

보기 드문 형태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어느 동화에 나올 듯한 그림을 만들어 낸다. 해가 지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각양각색의 빛이 트룰리를 비추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기간이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알베로벨로엔 몬티와 아이아 피콜라란 2개의 트룰리 지구가 있는데, 시간상 트룰리가 더 많이 있는 몬티지구의 방문만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1시간 40분이란 자유시간은 너무 짧았다. 짧은 시간의 단체관광은 정말 비추이다.


알베로벨로는 하루 정도의 긴 호흡을 가지고 머무르며 구석구석 다녀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비싸면서도 가치 없는 단체 관광상품은 트룰리를 뒤로 하고 이내 바리 항구로 돌아왔다.


간단한 짐 검사와 카드를 스캔하고 다시 배에 오른다.

배에서 발급하는 카드는 일종의 신분증이자 신용카드 같은 기능을 한다. 물론 개인 신용카드와 키오스크에서 연결을 시켜 놓아야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극장에선 이탈리아 TV쇼 '이태리 갓 탤런트' 2년 연속 우승자의 복화술 쇼가 펼쳐졌다. 초등학생 딸과 둘이서 즐겁게 관람했다. 입을 벌리고서도 복화술을 하는 모습은 놀라운 광경이었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한 것일까, 역시 2회 우승자의 면모가 드러난다.


배에는 술이나 음식물을 갖고 타지 못하게 한다. 위생상의 이유라고 설명을 한다. 어차피 음식은 먹을 수 있을 만큼 양껏 먹을 수 있으니 사가지고 올 필요도 없다.

디아리오 디 보르도에 매일 소개되는 식당 메뉴와 오픈 시간(오른쪽) 

하루에  활동하는 시간 중에 두세 시간 정도만 식당이 운영되지 않으니 먹는 걱정은 없는 게 크루즈의 장점이다.

코스타는 이탈리아 선사여서 인지 해산물, 파스타, 피자나 각종 디저트류 등 이태리 음식이 아주 좋았다.

과일도 당도가 높고 싱싱해서 질 좋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선 내 Taurus 레스토랑, 레스토랑은 지정 좌석제로 되어 있다. 이 식당에 안가고, 저녁을 뷔페로 다른 식당에서 즐길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날은 항해만 있었다. 빙고 게임, 산타와 사진 촬영 등 많은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아시아 사람들의 취향엔 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우리 가족은 주로 선내에서 가져온 부루마블 게임을 하거나, 수영장과 사우나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크리스마스를 선 내에서 즐겁게 보내는 동안, 우리가 탄 배는 그리스 아테네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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