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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Jan 25. 2018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여행

코스타 루미노사 크루즈 여행

지중해 크루즈 여행의 마지막 관광지 스플리트로 가는 배는 무척 출렁거렸다. 그동안의 무난했던 항해와 달리 이 커다란 배도 위아래로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우리 가족을 포함, 다른 모든 승객들은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이 항해를 즐기고 있었다. 유독 나만이 멀미 증세를 느끼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잠이 들면 느끼지 못하므로 이른 저녁부터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자 파도는 잠잠해졌고, 다른 여느 날처럼 스플리트 여행 준비에 나섰다. 이번이 3번째 방문인 스플리트이다. 스플리트를 왔을 때마다 늘 그랬었듯 날씨가 정말 맑고 쾌청했다. 어느 정도 머릿속에 스플리트 지도가 있는 터라 우리 가족은 큰 설렘이나 두려움 없이 배를 나섰다. 마침 지난번 여행에서 남겨둔 크로아티아 돈 쿠나가 제법 있어 더욱 든든했다. 전날 몬테네그로는 EU 가입국도 아니고 ECB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도 않지만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였다. 아마 관광업의 발전을 위한 목적과 별도 화폐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신생국이기 때문일 것이다. EU 가입을 국가적 목표로 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는 EU의 가입국이지만, 자기 화폐를 사용한다. EURO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사전단계의 조건들이 있다.

배가 정박한 큰 항구에서 20여분을 걸으면 스플리트 중심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궁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 궁전 안엔 고대 로마와 현대사회가 잘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크로아티아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스플리트는 20여만 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이다. 또한, 스플리트는 달마티안이라는 개로 유명한 달마티아 지방의 주도이기도 하다.

스플리트는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284~311년 재위)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의 고향 살로나에서 가까운 스플리트 해안가에 궁전을 지으면서 스플리트의 역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황제에서 물러난 뒤 여생을 보낼 목적으로 지은 궁전이었다. 그는 305년부터 죽을 때까지 이 궁전에 살았다고 한다. 로마제국의 쇠퇴 시기 이후, 이 궁전에선 슬라브족의 침입을 피해 도망 온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이렇듯 궁전 안이 거주자의 생활공간으로 바뀌며 새로운 모습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갔다. 또한 몬테네그로 코토르처럼 스플리트 역시 베네치아 공화국의 오랜 지배 시기를 거치며 베네치아적인 모습이 도시 곳곳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항구에서 궁전으로 가는 길

스플리트 관광의 핵심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위아래로 215m, 동서 180m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동서남북으로 4개의 문을 통과하면 궁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조선 건국 후, 서울이 지어질 당시 4대문과 같은 구조이다.

 

스플리트 구조를 한 눈에 알아보게 잘 만들었다. - 청동문 초입에 위치

우리 가족은 남쪽 청동문을 통과해 궁전 지하로 들어갔다. 북쪽은 금문, 동쪽은 은문이라 불린다. 서쪽은 철문으로 구시가 옛 시청사와 나로드니 광장이 나온다.


청동문을 통과하면 나타나는 궁전 지하(Podrumi)는 궁전 저택 아랫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다. 전엔 와인 제작이나 창고로 사용되었다고 하며 지금은 다양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로 빼곡히 매워져 있다. 좋은 자리 때문인지 가격은 비싼 듯했다.

궁전 지하 

궁전 지하를 통과하면 페리스틸 광장이 나온다. 이 곳은 궁전의 안 뜰에 해당하는 곳이다. 돌기둥 12개가 늘어서 있다. 입구엔 스핑크스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스핑크스는 이집트 원정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복원도
궁전 안은 상점 등 생활 공간이다

광장 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둥근 곳이 나타난다. 천장이 뚫려있어 여기서 소리를 내면 울려 퍼진다. 보통 아카펠라 합창단이 노래 연습을 하는 곳이라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인지 공연하는 사람은 없었다.

궁전의 가장 중심에 있는 큰 건물이 대성당이다. 원래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묘로 지어진 곳이 성당으로 개조된 곳이다. 지금은 기독교를 박해했던 황제의 관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종탑을 올라가면 시내와 아드리아해를 볼 수 있다. 전에 힘들게 올랐던 기억이 났다. 우린 벌써 배 위에서 스플리트 구시가를 조망했기 때문에 힘들게 오를 필요는 없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안은 스플리트 시민의 삶의 현장
수년 전 올라 보았던 대성당 종탑 - 이번 여행에선 계단이 많아 힘들어서 생략함

성당 옆은 주피터의 신전이다. 스핑크스가 지키는 바로 뒤쪽이다. 원래 신전은 5 세기 지어졌는데, 지금은 신전을 받치던 기둥만 남아있을 뿐이다. 세월은 주피터를 버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였지만 그리스나 로마, 이곳 크로아티아에서도 고대인의 신화는 아직 남아 있다.

이집트 스핑크스와 쥬피터 신전

금문을 빠져나와 거대한 그레고리 주교의 상을 마주했다. 그는 10세기에 크로아티아어로 예배를 보고 크로아티아 어가 라틴어에 동화되는 것을 막은 크로아티아의 영웅이었다. 그 동상의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스플리트에 다시 오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 곳에 다시 와 있다.


금문을 통과하는 자들을 지켜보는 도깨비 처럼 생긴 무엇..
금문이라 하기엔 좀 낡았음
그레고리 주교의 동상
엄지 발가락을 보라 !
그레고리 주교의 엄지 발가락을 만지는 소녀

신시가지의 길은 크로아티아 최고의 관광지답게 고급스럽게 잘 관리되고 있다. 전에 와 보았을 때보다 훨씬 잘 정돈된 모습이다. 집사람이 어렵게 찾은 신시가 쇼핑센터 옥상 층의 커피숍에서 멋진 스플리트의 경관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했다. 처음엔 모두 현지인뿐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수십여분 후에 우리와 같은 크루즈를 탄 일본과 중국인 가족이 올라왔다. 사실 다른 커피숍이 담배연기로 자욱해, 어렵게 고른 곳이 쇼핑몰 옥상층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 두 가족도 찾아왔다. 커피 값도 저렴하고 경치 좋았던 이곳을 어떻게 찾았을까?

그 후로 온 몇몇 서양인 관광객들은 자리가 없어 떠나곤 했다. 역시 아시아 사람들은 빠르다.

뭔가 특별해 보이는 건물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신시가지
 스플리트 신시가
궁전 벽은 삶의 공간인 시장으로 사용
스플리트 항구로 돌아가는 길 - 코스타 루미노사가 보인다.
코스타 루미노사는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이다.

출발예정시간 보다 2시간이나 일찍 돌아왔다. 3번째 여행이라 피로감도 있고, 배도 고파서였다. 일찍 들어와서 좋은 경치가 보이는 식당 자리를 잡았다. 스플리트의 해지는 모습을 보며 좀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이것도 크루즈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저렴하지만 실속 있는 부분이다.

저녁 식사 중 한 컷

이날 저녁 공연은 버라이어티 한 미국 공연단의 노래와 춤이었다.

시간을 주제로 한 열정적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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