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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Oct 13. 2016

해외 주재원의 삶

한국계 글로벌 기업의 유럽 주재원으로서

내 직장에서의 삶을 기록한다면 거의 반 정도를 해외에서 지냈다.

해외출장이건 주재원이건 모두 통틀어서 말이다.

최근엔 대부분의 기간을 해외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누구 못지않게 해외에 주재한 기간이 많은 편이다.

그러므로 주재원의 삶을 누구보다 더 많이 겪어본 셈이다.

한국계 글로벌 회사의 해외 주재원으로서 말이다.


한국계 회사 해외 주재원의 삶은 겉보기에 화려한 모습과 달리 많은 고난과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물론 회사마다 지역마다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


한국계 회사의 해외 주재원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

1. 이민 온 해외교민이 아니라는 신분상의 특수성

즉, 회사마다 주재기간이 다를 수 있지만, 그 기간 동안 임무를 마친 후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혹은 주재기간 동안 문제가 생기면 기간과 상관없이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2. 직장에선 대다수 직원이 주재국의 직원이며 한국인은 소수라는 점

3. 본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야 하며, 본국의 경영지침 등을 전달하고 수행해야 하는 점 등이다. 


해외 주재원 생활을 본격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직장인으로서 갖게 되는 한국에서 직장인과의 상대적 가치를 다음과 같이 비교해 볼 수 있다.

첫째, 주재 생활은 한국에서의 정보나 인맥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장기적인 직장의 인맥관리 측면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반면에 주재국에서 새로운 네트워크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나 인적교류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둘째, 업무의 영역이 훨씬 넓어지게 된다. 한국에서 보다 좀 더 상위 관리자의 역할이 맡겨지고, 주로 현지 직원들을 지휘 통솔하여야 하는 역할이 부여된다. 주재원은 가급적 소수인원으로 운영되므로 권한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근무할 때 보다 커진다. 반면 한국 근무에서 보다 전문성이 결여될 수 있으며, 제너럴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된다.

셋째, 한국보다 더 근무강도가 세다. 이건 나만의 경험일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보는 여러 회사 주재원의 삶이 대다수 비슷하다. 양적 시간에서 그럴 수도 있고, 한국인들과 일하는 것이 아니므로 본국이 원하는 스피드에 맞추려면 좀 더 강도가 높게 일할 수밖에 없다. 

넷째, 현지인을 제외한다면 협소한 공간에서 특정한 한국인들과 항상 마주하며 일 해야 하는 상황이 되거나, 아주 소수의 한국인이 항상 서로 피할 수 없이 공존해야 하는 점이다. 다른 부서로 전근 가는 등 피할 여지가 없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한국보다 더 할 수 있으며, 대안이 없으므로 참거나 서로 적응해가며 기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라면 진정 피하고 싶은 일이나 사람이 있다면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주재기간 동안 본연의 주어진 임무 이외에도 많은 부수적인 일들을 능동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본국 임원 또는 직원에 대한 의전이나 응대 등 수시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수행하여야 할 다양한 임무가 존재한다.

보통 한국에서 일한다면 이런 부분은 특정 담당부서의 업무이거나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직장을 떠나 개인의 삶 측면에서 살펴보면 장단점이 공존한다. 

부모 등 가족이나 친구와 떨어져 살기 때문에 한국의 명절이나 애경사는 거의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훨씬 다양한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현지에서 배울 수 있는 스포츠나 여가 활동을 찾을 수도 있다.

대다수 주재원은 골프라는 운동에 전적으로 매달리지만, 찾아보면 한국보다 다양한 여가문화가 존재한다.

한국보단 배우자나 자녀에 충실하거나 더 많은 애착을 가지게 된다. 

항상 주재국의 문화나 현지인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자연스레 그들의 문화를 알게 되고, 현지국에 맞추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현지국이나 인근 국가로의 여행이 손쉬우므로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가족과의 추억을 만들 기회가 많다.

글로벌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직업관이나 사고체계가 가다듬어지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영어나 주재국 언어를 사용하여야 하므로 노력만 한다면 외국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인적 네트워크 측면에선 많은 주재원이 직장 위주의 한국인 커뮤니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주재국 현지인 또는 주재국에 와 있는 다른 외국인과 접촉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가 많다. 학교의 학부모 모임을 통한 교류라든가 업무나 직종 관련 각종 세미나 등에 참석하여 한국인 이외의 인적 교류를 넓힐 수도 있다. 친한 직원들이나 그들의 가족과의 사적 교류도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계 회사의 주재원으로 일한다면, 여전히 한국인이므로 해외에서도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요구될 수 있고 주재원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부분이 해외 생활에선 너무도 작은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므로 가족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현재 한국에선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이런 글을 쓸 시간이 주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회사나 나의 업무를 위한 가족의 희생은 일정 부분 받아들여져야 하는 부분이다.


너무 적나라하게 해외 주재원 생활을 묘사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느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외 주재원의 삶도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 속에서 최선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어느 정도 희생이 되고 리스크가 감수되어야만 기회 포착이나 직업적 만족 혹은 자기계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가족을 희생하고 직장에서 직업적 성취를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은 아니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왕 선택된 삶이라면 가족도 나도 모두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고 그 가운데서 행복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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