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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12. 2016

일주일 이상은 쉬어야 합니다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⑧ - 휴가 사용

"주사 맞고 나셔서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신 후에 돌아가세요."

(주사 맞고 나오자마자) "자, 아프지도 않은데 이제 가자고."

"의사 지시를 따라야 하는데... 저는 기다렸다 30분 후에 출발할께요."

"정말 30분을 기다린다고?"


현지 직원과 같이 예방접종을 한 후, 병원에서 회사로 돌아가려는 순간 벌어진 상황이다.

독감 예방접종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30분을 기다리겠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었다.

이런 경우는 문화적 차이인지 개인의 성격 때문인지 구분이 곤란하다.


[ 중부 유럽 내 직장에서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사례를 들고 있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사실 문화적 특성을 일반화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공통된 성향을 일반화하여 그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정의할 수 있는데, 그 일반화에 해당되지 않는 동일지역 문화권의 사람들도 충분히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특수성을 전체적으로 인정해 버리면 문화적 차이라는 게 구분하기 불가능해지고, 개인의 성향 차이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

특정 문화의 일반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계속 글을 쓰기가 힘들어 지므로, 내 오랜 경험을 토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고려하면서 차이 비교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 ]

 

의사의 조언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것은 중부 유럽 특히, 구 공산권 지역의 일반화된 경향이다. 그것은 의사의 소견에 따라 병가를 법적으로 쓸 수 있는 개인의 권리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감기에 걸린 경우, 이 지역 의사들은 일주일 정도의 휴식을 권고한다. 당연히 소견서에도 그렇게 써준다. 간부급을 제외한 많은 직원들이 이 진단서를 이용해 실제로 일주일 정도 쉰다. 병가 사용엔 노동법상 제약이 없다.

그래서 중부 유럽 지역 회사에선 병가의 관리가 회사 근태 관리의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사실 의사가 써주는 일주일간의 진단서는 환자가 휴식을 취함과 동시에, 그 사이 다른 사람들에게 병균을 옮기지 않게 하기 위한 의학적 조치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야 입원해야 하는 병이 아닌 이상, 일주일 이상 병가를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중부 유럽 내 직장에서 병가의 사용은 일반화된 현상이다. 무엇보다 장기 병가자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이런 경우 가끔은 회사를 속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회사에선 불시에 장기 병가자의 집을 방문한다. 만일 집에 없을 경우 해고조치까지 취하기도 한다. 집에 있지 않고 다른 일이나 활동을 한다는 것은 아프지 않다는 객관적 증명이 되기 때문이다.


병가를 쓰더라도 일수에 따라, 회사와 병가 보험에서 급여가 지급되므로 개인에게 큰 경제적 불이익은 없다. 노동법상 병가를 제한하거나, 병가 사용으로 인한 불이익을 줄 수 없게 되어있다.


출산휴가 또한 대부분 여성들이 사용하는 휴가이고, 일반적으로 2년을 사용한다. 기간이 지나 돌아왔을 때 회사는 고용상의 불이익을 줄 수 없다. 회사에선 이 출산휴가 기간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통상 계약직을 채용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노동법은 단편적으로 보기엔 근로자에게 유리하도록 되어있고, 근로자는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를 스스럼없이 이용한다. 특히, 현장직이나 사무직 저 직급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일반적인 연차도 근로일수에 따라 다르지만, 법적으로 2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다. 보통 유럽의 회사들은 여기에 5일 정도를 더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연차를 일시에 사용하거나 2회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간의 휴가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으므로 자신이 자리에 없을 경우를 항상 대비한다. 보통 공석 중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정해져 있고, 자리를 비우더라도 서로 간에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다. 업무에 약간은 지장이 있더라도 휴가 간 사람을 전혀 탓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므로 한국보다는 인원이 좀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중부 유럽지역은 병가 등 결근이 많으므로 이를 감안한 인력계획과 인원 운영은 필수이다.

유럽 내 한국법인의 입장에선 연차 사용으로 인한 불편을 온전히 업무상 불이익으로 감내하기는 힘든 일이다. 직원이 불만을 느끼더라도 상사가 부하직원들의 휴가 일정을 조율하는 편이다. 이젠 현지 유럽 직원들도 어느 정도 한국의 휴가 문화를 이해하는 것 같다. 왜냐면 그들의 눈엔 자신의 상사인 한국인은 거의 쉬지 않는 것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아시아 회사는 유럽 회사보다 일을 많이 시킨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내가 독감으로 전날 아침 조퇴하고 다음날 정상 출근했을 때, 직원들은 너무나도 걱정하며, 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물론 나의 몸 상태는 전날과 큰 차이가 없었다.) 친한 직원들은 정말 대단하다며, 나를 전과 다르게 보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이거나 워커홀릭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이렇듯 휴가 사용이나 출근 등 근태에 대한 마음가짐이 한국인과는 다르다. 한국식 입장만 반영해서 보면,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고도  볼 수 있다. 

긴급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 개인이 어느 정도는 희생될 수 있는 게 한국적 직장문화라면, 

유럽에선 개인의 (특히 건강에 대한)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들은 건강한 조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항상 정상적인 몸 상태로 일하여야 하고, 그런 상태를 잘 유지함은 개인과 조직의 책임이라고 여긴다. 

바이러스성 질환을 가진 직원이 격리되지 않은 환경에서 회사에 나와 일한다면 그 사람을 비난할지도 모른다. 만일 병이 번진다면 다른 개인에게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끼지는 일이며, 전체 조직의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럽인은 근무시간의 양 보단 근무기간 동안의 질을 더 중요시한다.    

유럽인은 아마도 긴 휴가를 통해 충전을 하고 온 직원이 업무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병가와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실제로 긴 휴가를 다녀온 직원들이 더 탁월한 업무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회사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항상 개인의 건강을 유지하고, 장기간의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바로 중부 유럽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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