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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12. 2016

책임소재를 따져라!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⑨ - 책임의식

A부서 관리자 : "이건 제 책임이 아닙니다. 이전 회의 시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던 사안입니다. 전 충분히 제 의사를 전달했었습니다."

B부서 관리자 : "하지만, 그 회의에선 어느 것도 결정된 게 없었습니다. 저나 우리 부서가 책임질 일은 아닙니다."

CEO : "이제 와서 책임소재만 따진다고 해결방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회사일에 대한 책임은 최종적으로 내가 지는 것입니다. 이왕 벌어진 일이니 어떤 해결방법이 있는지 하나씩 이야기해 봅시다."



'책임소재'

조직에서 일하는 데 있어, 구 공산권 국가(중동부 유럽) 사람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심지어는 두려워하는 단어이다.

중부 유럽(구 공산권 V4 국가) 국가들의 문화사적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하는 체코인 컨설턴트에 따르면

과거 공산주의 시절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결정은 아주 엄중한 것이었다고 한다. '책임소재' 문제는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다는 것이다.  

공산주의 시절 당이 정한 이상적 목표 실현을 위해 타인을 비판하는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고 반성하는) 문화가  존재했었다고 한다.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두어야 목표 달성이 손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집단 체제에서 책임자를 혹독하게 관리하여 전체 조직을 하나의 이념이나 목표에 묶어두는 관리방식이 아니었을까?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아직도(젊은이들은 훨씬 덜 한 것 같지만) 이들의 직장문화엔 책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사례가 어떤 일을 진행함에 있어, 어느 누구도 나서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책임자를 어떻게든 지정해 보지만, 혼자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정해진 의무를 게을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에 있어서 만큼은 모두들 이상하리만큼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럴 때 내가 썼던 방법은 "어차피 모든 책임은 당신들의 상사인 나에게 있으므로 책임문제는 나에게 돌리세요. 대신 업무 진행과정은 상세히 자주 보고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은 사전에 알려주세요. 책임 문제로 어느 누군가를 추궁하는 일은 내가 막겠습니다."

이런 합의(?)가 있자,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들이 '책임'이란 단어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단 느낌이 있어서였는지 훨씬 업무 진행이 수월했다.

초기엔 내가 이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책임소재에 집착해서 사안을 바라보고 업무를 진행했을 때는 업무의 진척이 느렸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미래의 문제 소지가 발생할 때마다 서로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었다.  


업무의 중심을 잡고 신속하게 진행하려면, 책임을 지고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관리자에게 많은 권한을 주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구 공산권의 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부 유럽 관리자들의 역량에도 시간이 지나면 '책임감' 이란 부분이 자리 잡을 날이 멀지는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 사원급 정도의 직원들에겐 윗 세대와 다른 문화인 서유럽 EU 국가 정도로 평준화된 EU Standard가 이미 사라진 구 공산권 문화를 급속하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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