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론다와 세비야

X-mas를 거리에서 즐기다.

by 준비된 여행

말라가 공항에서 malagacar.com이란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렸다. 렌트 가격도 좋았고 말라가에선 정말 큰 렌터카 회사였다. 차는 Seat(세아트)의 Ibiza(이비싸, 일명 파티 섬으로 불리는 스페인 휴양지 섬 이름이다.) Seat사는 스페인 지명을 브랜드로 많이 사용한다. Seat는 스페인의 자동차 브랜드로(지금은 폭스바겐 그룹의 일원이지만..) 이번 여행중 도로에서 가장 많이 본 차도 역시 세아트였다.

스페인이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2번째로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세계에서 8번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비싸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한 도시는 론다(Ronda)였다.

론다는 도시를 2개로 나누는 강과 깊은 협곡을 이은 누에보(new란 뜻) 다리로 유명한 도시이다.

20161224_131523.jpg Ronda의 Puenta Nuevo

이 누에보 다리는 1793년에 건설된 것으로 이름대로 생각보다 비교적 근대에 만들어진 다리였다. 이 높은 다리에선 어디로든 도망칠 곳이 없어서 과거엔 감옥으로 사용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다리 앞에 있는 스페인 광장에서 협곡 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산책로도 있다.

20161224_131235.jpg 누에보 다리에서 바라 본 협곡
20161224_141338.jpg 협곡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다리를 건너면 입장료를 내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 볼 수도 있다. 그다지 색다른 광경이 나오진 않으나 다리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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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4_143723.jpg 다리안에서 바로보는 전망

협곡의 중간에 난 아주 좁은 길을 (발 밑은 완전 낭떠러지) 일렬로 걸어가는 등산 복장의 사람들이 보였다. 정말 겁이 없거나 대담한 사람들이다. 난 협곡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났다.

누에보 다리 맞은편은 La Ciudad(도시라는 뜻)라는 구시가가 나온다. 여기선 이슬람 문화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었다.

20161224_145528.jpg 누에보 다리에서 돌아오는 길에 벽에 장식해 놓은 과거 여행 지도

우리는 론다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목적지인 세비야로 향했다. 세비야는 론다에서 130Km 정도 떨어져 있으나, 가는 길이 편도 일 차선 길이라 2시간 좀 못되게 시간이 걸렸다.



세비야는 안달루시아의 주도로 스페인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이다.

오페라 까르멘의 무대이고 콜럼버스의 관이 있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대성당이 있고,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화가 융합되어 있는 대도시이다. 무엇보다 플라멩코와 Feria 축제로 잘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가는 날이 장날(크리스마스)인지라 안타깝게도 세비야 대성당 내부는 계속되는 미사와 행사로 가까이 볼 수가 없었다. 다만 먼발치에서 크리스마스 미사 장면과 웅장한 오르간 소리(성당 내부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를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DSC06007.JPG 세비야(Sevilla)의 히랄다(Giralda) 탑

히랄다 탑은 대성당(Catdral) 옆의 98m의 종탑으로 12세기 말의 이슬람 건축물이다. 원래는 대성당이 있기 전에 존재했던 이슬람 사원 모스크의 미나레트(첨탑)였다. 먼 과거엔 탑 위에서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울려 퍼졌을 것이다. 원래 있던 미나레트였던 곳에 가톨릭인들이 레꽁끼스타(국토회복운동)로 전쟁에 승리한 후, 16세기에 종루를 붙이고, 승리를 상징하는 청동 여신상을 장식하였다. 바람의 방향에 의해 움직이는 닭 모양의 풍향계(Giralda)란 이름이 붙은 것도 이 여신상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차피 종탑이 필요했던 가톨릭 성당에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트를 부수지 않고 사용한 것은 참 교묘하다. 그로 인해 두 종교의 혼합이 건축물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종교의 혼합 건축물은 안달루시아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코르도바의 모스크 안에 있는 가톨릭 성당(모스크 일부를 부수고 성당을 짓긴 했으나..)은 정말 두 종교가 한 곳에 공존하고 있었다.


20161225_112137.jpg 세비야 대성당 내부(미사중)
20161225_114847.jpg 세비야 대성당 외관 - 낮
20161225_200707_001.jpg 세비야 대성당과 히랄다 탑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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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옆에 서 있는 알카사르(왕궁)도 휴일로 인해 문이 굳게 닫혀있다. 역시 가톨릭 국가의 최대 명절에 유럽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엔 이스탄불을 여행하느라 전혀 크리스마스나 휴일을 느끼지 못했었던 게 생각났다.

20161225_114338.jpg 세비야의 알카사르 정면

대성당에서 강 쪽으로 발길을 좀 더 돌리면 세비야를 지키던 망루인 황금의 탑(Torre del Oro)이 나타난다. 이슬람교의 건축물로 13세기에 세워졌다고 한다. 옛날엔 탑의 상부가 황금색 도기로 덮여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건설 당시 건너편에 은의 탑이란 같은 건물이 있었고, 두 탑의 사이를 쇠사슬로 연결해 적의 배가 침입하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은은 없고 금의 탑만이 존재한다.

20161225_203054.jpg 정십이각형 황금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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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날 저녁의 세비야 구시가는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관광객도 있겠지만, 주로 가족 단위의 스페인 사람들이 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낮에 보이지 않던 이 많은 사람들이 과연 어디서 쏟아져 나온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스페인어는 경음이 많아 좀 시끄러운 느낌도 들고, 라틴 사람들이라 감정표현을 잘하는 편이라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이 북적거림과 들뜨고 시끄러운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밤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거리마다 다르게 장식된 다채로운 고운 색의 빛 장식들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화려한 것이었다.


그다음 날은 비교적 새로 지은 건물(1929년 이베로 아메리카 박람회 개최 시에 지어진 건물)들이라 보존이 잘 되어 있고, 색다른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에스빠냐 광장(Plaza de Espana)을 찾았다.

DSC06028.JPG 세비야 에스빠냐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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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5_140327.jpg 58개 벤치형 타일 장식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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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쪽에 58개의 채색 타일로 만들어진 벤치엔 스페인 각 지역의 지도와 역사적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스페인 광장은 드넓은 공원 안에 잘 꾸며진 아름다운 광장이다. 어느 한국 CF에서도 스페인적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곳이 배경으로 쓰였다고도 한다.


세비야에서의 마지막 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젊은이들로 꽉 찬 어느 조그만 바에 들렀다. 테이블 자리는 없고 이미 안에도 자리가 없어 대부분 사람들이 서서 맥주 등 알코올을 마시고 있었다. 안주는 물론 없다. 30대 이상되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젊은 사람들의 hot place인 것 같았다. 나와 집사람이 only 외국인일 것 같단 생각이 듬과 동시에 가장 늙은 사람이려니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161225_211431.jpg 젊은이들의 바에서 시킨 피냐콜라다 2잔

너무나도 시끄럽고 서 있을 자리 조차 없었지만, 테이크 아웃이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젊은 스페인 사람들 사이에 섞이게 됬다. 잠깐이긴 하지만 이런 젊음과 시끌벅적함 속에서 2016년의 크리스마스 밤을 함께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가지 않는 젊은이들의 바에 불쑥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여행지였기 때문이겠지.

여기가 hot한 이유는 아마도 선남선녀가 너무도 많아서 인 것 같았다. 특히 멋진 선녀(?)가 많이 눈에 띄었다. 모두 나름대로 개성을 살려 잘 차려입고 멋지게 꾸미고 나온 듯한 그런 느낌이다. 오늘 밤 뭔가 멋진 일을 만들어 보려는 욕심으로?



다음 글의 목적지는 스페인에서 오랜 기간 살았던 이슬람인의 문화와 역사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던 도시, 코르도바와 그라나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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