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하얀 마을
우리는 지중해의 costa del sol(태양의 해변)에 도착했다.
말라가 근처의 Benalmadena의 해변가 콘도에 숙박했다. 베날마데나는 잘 갖추어진 여름 휴양도시로 토레몰리노스나 푸엔히롤라 등과 함께 아름다운 모래 해변을 가진 곳이었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정한 여행의 콘셉트은 충분한 휴식과 스페인의 맛, 만족할 만한 쇼핑, 그리고 충분한 늦잠과 어디가려고 서두르지 않기를 추구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평소 여행도 이와 별반 다르진 않지만...)
겨울이긴 하지만 코스타델솔은 따뜻하므로 해변가에 숙소를 잡은 이유도 있었다.
무엇보다 충분한 휴식과 쇼핑의 최적지 말라가로부터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여행기간 중 렌터카로 인한 여러 사건들과 숙소 문제, 지갑 분실로 어려움이 따르긴 했다.
그 와중에도 하루는 온전히(아침 9시 출발 밤 10시 반 숙소 도착, 쇼핑 날은 유독 백화점이 밤 10시까지 오픈했다.) 쇼핑에 매진하고, 하루는 온전히 베날마데나 코스타델솔(태양의 해변가)에서 말 그대로 태양의 해변에서 태양과 함께 했다.
스페인의 겨울 날씨는 따뜻해서, (특히 안달루시아 같은 남부 해안 지방은)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비가 오는 날도 연중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니, 최적의 날씨를 가진 곳이다.
내가 있던 내내, 안달루시아는 딱 하루 약간의 먹구름이 있었을 뿐, 계속된 맑은 날씨였다.
하얀 마을을 보기 위해 약간의 산길을 올라 도착한 곳이 요즘 한참 뜨고 있는 프리힐리아나이다. 조그만 마을이었는데, 뭔가 공사 중인 곳이 많아서인지 스페인의 관광경기가 좀 살아나나 싶을 정도로 느껴졌다. 실제로 지중해를 가진 터키나 서유럽의 주요 도시의 잇따른 테러로 스페인의 관광객이 늘었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요즘 반사이익의 효과를 확실히 누리는 스페인 관광업은 부동산, 건설업(도 관광업과 관련됨)과 함께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이다. 지난 마요르카 방문 시 어려웠던 스페인의 경제상황에 비해 확실히 좋아진 게 느껴졌다. 연말이라 그런지 몰라도 방문한 대부분의 쇼핑센터나 백화점이 스페인 사람들로 넘쳐났다. 더군다나 빅세일 기간도 아니었는데..
며칠 후에 가본 또 다른 하얀 마을 미하스와는 또 다른 느낌,, 미하스는 관광지로 이미 잘 개발돼 있었던 곳이라서인지 안정감 같은 게 느껴졌는데, 프리힐리아나는 현지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관광지로 급격히 개발되고 있는 곳이란 느낌이다. 많은 집들이 수리를 하고 있고, 식당이나 숙소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바뀌지 않은 상점들은 아직은 아주 소박한 시골 상점들의 모습이다. 그런곳에도 생긴 지 얼마 안돼 보이는 관광안내소가 있었다. 영어를 아주 잘하는 아저씨가 작은(마을이 작다보니..) 지도를 보여주며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모두 둘러보는데 약 2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소개를 받았다. 하지만 우린 아저씨가 소개해 준 식당 한 군데에서의 점심식사를 포함해 이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 무려 5시간 이상 머물렀다.
언덕을 올라 보이는 광경은 왜 요즘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는지를 확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우리는 관광안내소에서 소개받은 가장 전망이 좋다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역시 그 동네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라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우린 운 좋게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멋진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도(맛도) 좋았다. 우리가 경험했던 다른 도시의 식당보다 싼 편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너무 비싸지도 않다. 음식이나 위치에 비하면 싼 가격이라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빠에야를 먹으러 간 네르하이다.
그전에 나름 거창한 이름, 유럽의 발코니(Balcon de Europa)를 찾아갔다.
정말 발코니 형태로 돼 있다. 조금 걸어가니 조그만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와 아이들을 맘껏 놀렸다.
어떤 할아버지가 나타나자 주변에 많은 (아마도 집 없는) 고양이들이 할아버지를 따랐다. 족히 20여 마리는 돼 보였다. 먹이를 주러 오신 것이다.
고양이도 밥을 먹을 시간이 되어, 배고파진 우리도 아이들을 설득해 이번 여행에서 고대하던 순간이었던 모레노 식당의 빠에야를 먹으러 출발했다.
그렇게 고대하던 빠에야가 나왔다. 빠에야 팬에서 종업원이 각자의 접시에 퍼담아 주었다.
역시 네르하 모레노 식당이 이번 여행 중 여러 도시 다양한 식당의 빠에야 중 최고였는데, 그 비결은 밥을 하는 불의 온도와 싱싱한 해산물 때문인 것 같다.
빠에야는 원래 안달루시아 지방 음식은 아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나라로 쌀농사에 적합한 토양과 물을 대는 관개시설이 발달하였다. 13세기에 이슬람 문화로부터 쌀농사가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의 남동부 해안의 발렌시아 지방은 평야지대로 유럽 최대의 쌀 생산지이다. 따라서 쌀로 만드는 요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 바다에 면해 있으니 각종 해산물과 결합된 빠에야란 요리가 생긴 것이다.
원래 빠에야는 넓고 얇은 (빠에야를 만드는) 양 옆에 손잡이가 달린 프라이팬(넓은 남비처럼 생긴)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는데, 카레 등 향신료에 해산물이나 고기류를 듬뿍 넣어 쌀과 함께 익혀 먹는 음식이다.
스페인의 독특한 식생활 문화에 대해 좀 더 살펴보면, 스페인 사람들은 대부분 단골 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런 것이 우리가 여행 중에 들른 따빠스에서 주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을 자주 본 적이 있다. 따파(Tapa)는 맥주(스페인 맥주는 단연코 Inedit맥주를 추천할만하다.)등 간단한 음료에 주전부리를 곁들여 먹는 음식을 말한다. 시간은 12시 ~ 1시, 저녁 7~8시 사이에 주로 찾는다고 한다. 주로 올리브, 하몽, 생굴, 또디야 등을 먹는다. 하몽과 같이 먹는 또띠야도 아주 좋았다. 스페인에서 맛 본 숙성된 올리브는 그다지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나서 매번 식당 갈 때마다 먹었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간단한 절인 올리브는 항상 나온다.
스페인 사람들은 그들의 여유 때문인지, 먹는 것을 즐기기 때문인지 자주 식사를 한다. 아침 8시경에 가볍게 Desayuno란 아침을 먹는다. 직장에 나가 일을 한 후 11시쯤 회사 근처나 단골 따빠스에서 간단하게 중간 아침식사를 한다. 그 후 하루 중 본식이라고 볼 수 있는 almuerzo (almorzar는 점심을 먹다라는 동사)라는 점심식사를 한다. 2~3시경에 점심을 먹는데 가장 푸짐하게 먹는다. 그리고 나서, merienda라는 간식을 5~6시경에 먹는다. 빵 또는 스낵을 먹거나, 단골 Tapas에서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 10시쯤 저녁을 가볍게 먹는다. 보통 점심은 가족과 함께 2시간 정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직장인들도 점심때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데, 모두 점심시간에 집에 가서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가능한 사람들만 그렇게 할 것이다. 암튼 여러 끼의 식사를 하는데,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으나, 확인해 본 결과 대부분 스페인 사람들은 가능한 한 이렇게 식사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으니, 스페인 사람이라 하더러도 모두 이렇게 먹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스페인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이 부러울 뿐이다.
빠에야로 최고의 저녁을 먹은 후, 식당 주변의 해변을 산책했는데, 맛뿐 아니라 해가 지는 경치도 충분히 즐길만한 곳이었다.
다음엔 안달루시아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 미하스(Mijas)와 투우,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빼놓을 없는 스페인 쇼핑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