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불확실성의 확산

환율전쟁의 서막

by 준비된 여행

미국의 대통령이 바뀐 후, 설마 했던 트럼프발 새로운 정책들이 연일 국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특정 이슬람 국가를 지정한 미국 입국 제한 조치를 비롯 해, NAFTA 재협상, TPP 탈퇴 등 보호무역조치들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중국, 일본, 독일을 지칭한 노골적인 환율 관련 발언이다. 위 세 나라가 달러 대비 과도하게 자국의 화폐가치를 낮게 운영하여 미국에 과도한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는 논리이다. 사실 한국이 본격적인 언급에서 빠져 다행인 것 같지만, 위 나라들 대비 무역규모가 작아 언급이 안되었을 뿐이라 생각된다.

당장 무슨 조치를 취할지 알 수는 없으나, (심지어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형태의 협약을 밀어붙일지도 모른다는 언론의 가정도 있었다.) 가장 현실화되기 쉬운 방법은 미국이 자국의 법률에 근거해 보호무역정책에 걸림될이 되는 국가들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위 3 나라들은 작년에 이미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포함되어 있는 상태이다. 환율조작국에 대한 발표가 올 4월에 있을 예정이라, 벌써부터 4월 위기설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시 미국의 교역 촉진법상의 환율조작국 기준에 대해 살펴보자. 아래 3가지 조건에 해당되는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게 되어있다.

①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한국의 경우, 작년 232억 달러)

②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이 3%를 초과하는 경우 (한국은 작년 7% 수준, 올해 5%대 예상)

③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시장개입으로 GDP 대비 순매수 비중이 2%를 초과

이미 2가지 조건을 충족해 있는 상태라 한국처럼 규모가 작은(위 3국 대비) 국가는 미국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아마도 덩치가 큰 중국이나 독일을 건드리기 전에 한국부터 건드릴지도 모를 일이다. 당연히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환율이 급격히 떨어질 확률이 높고 정부의 개입이 어려워지므로 갈수록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허약한 경제체력과 개방된 경제구조로 인해 국제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어 더욱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도 있다.


환율조작국과 관련한 아무런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이미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은 미국의 대선 이전인 작년 10월 말 수준으로 급락해 있는 상태이다. 올초만 해도 1,207원대까지 올라있던 상태를 감안해 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래 단기간에 6%가량 단기간에 원화가치가 오른 것이다. 요즘 폴란드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환율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재 원화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변화가 없다면, 단기적으론 달러 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달러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을 기치로 내세우며,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하고 인프라 투자를 통해 신규로 2,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연 4%대의 경제성장률을 이룩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과연 미국과 같은 내수 위주 성장을 하는 큰 규모의 경제가 4%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어차피 정치가의 공약이므로 달성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으로 위 목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것 같다. 이렇게 되면 정치의 힘으로 경제논리 및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경제 현상을 바꾸고자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그의 공약대로 많은 투자유치가 일어나고 정부의 재정으로 국내 투자를 일으킨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겠지만, 경기 활성화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유발될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늘어나면 (보통 투자가 늘어나면 일반적으로 부채도 같이 늘어난다)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과열되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큰 비율로 경제성장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의 과열은 금리인상을 통해 어느 정도 억제가 되어야만 한다. 작년 말 미국이 금리인상을 실시하였으나, 아직도 역사적으로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올해 금리인상을 3차례 더 실시할 것 같다는 예측이 현재까진 가장 높음) 금리는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이다. 물가인상을 금리인상을 통해 억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금리의 인상은 달러화의 강세를 의미한다. 금리가 높아지면 세계에 나가 있는 금융자본들이 안정적인 미국의 주식이나 채권시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달러 수요가 늘어나므로 달러화는 강세를 유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시각에서 볼 때 달러의 강세는 미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 강화에 가장 큰 방해요인이다. 그래서 지금도 인위적으로 달러의 약세를 부추기며 가장 큰 무역흑자국인 독일, 중국, 일본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경기의 확장과 약한 달러를 동시에 추구하는 트럼프의 욕심은 시장 상황에 반하게 되는 형국이므로 어떻게 실제 전개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2018년 2월까지가 임기인 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 옐렌도 지금의 트럼프 발 불확실성이 야기된 경제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중립성에 대한 언급까지 미국 언론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트럼프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하고 강한 리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사실 트럼프는 미국의 금리인하가 오바마 정권을 도와주기 위한 일이었다며 FRB와 옐런을 유세 기간중 공격하기도 했다. 유세 당시는 미국의 금리인하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었지만, 약한 달러를 바라는 현재의 트럼프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금리인상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상충되는 두 가지 상횡에 대해 미국의 신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갈지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고, 한국의 환율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역으로 이런 트럼프 발 불확실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오히려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인해 금이나 달러의 수요가 늘 수도 있다. 강달러를 본인이 유발할지도 모른다. 아직까진 미국 경제회복과 미국 증시의 활황이 가장 유력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한 중국의 맞대응도 우리나라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미 중국은 사드 배치 등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경제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전략에 대응해 겉으로는 자유무역의 수호자인양 코스프레를 하겠지만, 이미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전략과 미국 산업에 대한 보복 전략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일 것이다. 작년에 예견했던 본격적인 환율전쟁이 이제 본격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틈을 타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지도 모르겠으나, 경제성장률이 줄어들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선 좀 더 과감한 금융 개방정책을 취하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많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 두나라 모두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므로 예의주시하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큰 조류의 변화에 대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 많지 않음도 사실이다. 외부환경을 바꿀 만한 힘이 없으므로 적기에 적절한 단기 전략으로 주어진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이 소규모 개방경제의 어쩔 수 없는 전략이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