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길에 이번 주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써볼까 떠올리다가
문득 내 글들이 쌓이면 정말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편 쓰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예전엔 한 달에 한 줄도 쓰지 않으면서 언젠간 내 이름으로 책을 낼 거라며
무턱대고 미래의 나에게 꿈을 맡겼던 내가 어이가 없다.
그때 미뤄둔 글쓰기를 지금의 내가 하고 있나 보다.
지금이라도 글을 쓰고 있어 참 다행이다.
일단은 성실하게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르는 데 의의를 두자고 마음먹어 놓고
벌써부터 이게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간사한 생각을 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아니 나의 마음이란.
지하철 생활자를 쓰기 전에는 지하철은 매일 타니까 소재도 끊임없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탔으니까 내가 지하철을 탄지만 몇십 년인데 뭐라도 쓰겠지 하는 대책 없는 배짱도 있었고.
지하철에서의 생각을 글로 써보자고 막 기획했을 때는 갑자기 조증이 온 사람처럼 흥분해서
앉은자리에서 에피소드로 쓸만한 것 리스트를 20개가 넘게 휘갈겨 써냈던 나였다.
그 종이 한 장만 봐도 자신감이 솟구쳐 올라서 당분간 소재 걱정은 없겠단 생각에 시작한 연재였다.
그런데 실제로 써먹은 소재는 다섯 개 정도?
시작이 반이라지만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는 것과 실전 글쓰기의 간극이 이렇게 크다.
실제로 지하철 생활자를 연재하고 있는 지금 나는 일주일 내내 주제만 고민한다.
겨우 쓸만한 주제 세 가지 정도를 골라 일주일 내내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는
마감일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한 편의 글을 써내는 식으로 연재를 하고 있다.
한 번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출퇴근하는 4시간 동안 열심히 지하철에서 글을 쓰면 되겠지 했는데
단순히 지하철에서 겼었던 에피소드를 다루는 게 아니라
지하철에서 내가 하는 생각들에 대해 쓰는 것이다 보니 지하철에서는 주로 사색에 잠긴다.
그리고 내 생각과 감정을 관찰한 뒤 간단하게 메모한다.
글쓰기는 오히려 우리 집 식탁에서 가장 많이 한다.
아직은 알량한 생각인 걸 알지만,
이 글들이 모여 책이 된다면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가볍게 보기 좋은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앉을자리가 없어 서서 가야 하는 날에 위로가 되고,
깜박하고 집에 이어폰을 두고 나온 날 스마트폰보다 재밌는 볼거리가 될 수 있기를.
지금은 나 혼자 지하철 생활자를 쓰고 있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또 다른 지하철 생활자를 발견할 수 있는 날을 꿈 꾸며
앞으로도 이 글을 계속 써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