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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note Nov 16. 2019

[지하철 생활자] 30. 지하철 방앗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지하철을 타면 꼭 들르는 곳들이 몇 가지 있다.

오늘은 지하철 생활에 소소한 기쁨이 되어주는 나만의 방앗간에 관한 TMI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1-1 지하철 역사 안 편의점

출근할 때 환승 시간에 5분 정도 여유만 생겨도 나비처럼 편의점으로 날아가 

벌처럼 정확하게 참치김치 마요 삼각김밥을 산다.

가끔은 내 하루의 운수를 아침에 편의점을 들렀는지 못 들렀는지, 

즉 삼각김밥을 샀는지 못 샀는지로 점 쳐보기도 한다. 

아침밥은 죽어도 못 거르는 타입이라 아침엔 일단 뭐라도 입에 들어가야 기분이 나아진다.


2. 눈에 보이는 가게 어디든 

지하철을 타면 일단 어딜 가도 멀리 간다.

지하철을 타버렸는데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파지면 아주 고역이다. 

그래서일까.

지하철을 타기 전에 시간이 남으면 편의점이든 카페든 일단 들어가고 본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일단은 들어간다.

들어가고 나서 당기는 게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일단 편의점에 들어가고 나면 먹고 싶은 게 생긴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들렀을 때 

일단은 화장실에 가고 보는 심리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일단 변기에 앉아보면 마려운지 마렵지 않은지 알 수 있지 않은가. 

개똥 논리 같지만 사실이다.


3. 호두과자를 덤으로 주는 델리만쥬 집

일찍 나온 날은 지하철을 타기 전에 델리만쥬 집으로 간다. 

운이 좋으면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델리만쥬를 살 수 있다.

내가 타는 지하철역에는 지금까지 다섯 번 정도 델리만쥬 집주인이 바뀌었는데 

지금 주인분이 가장 오래 하고 계신다.

자고로 델리만쥬는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슈크림이 흘러나와야 제 맛이지 않은가?

지금 주인분의 델리만쥬는 8개를 시키면 7개가 흘러넘친다.

그럼 나머지 한 개에는 흙이 들어도 용서가 된다.

항상 덤으로 넣어 주시는 호두과자 한 개는 정말 꿀맛이다.


3. 주스보다 김밥이 맛있는 주스 가게

아침에 제발 지하철역에서 김밥이 팔았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는데 웬걸 어느 날부터 주스 가게에서

아침마다 정말로 김밥을 팔기 시작했다.

나는 거의 매일 그곳에서 김밥을 사 먹었다.

얼마나 든든한지 점심시간까지 배가 꺼지지 않아 점심을 적게 먹을 때도 많았다.

주스 가게가 델리만쥬 가게와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있는 구도라 

왠지 델리만쥬 가게 아주머니께 죄송한 마음에 

만쥬 가게를 지나가면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빙 돌아서 주스 가게로 가곤 했다.

주인아주머니는 이미 김밥을 사고 있는데도 

"아침밥은 꼭 먹고 다녀요"라고 따뜻하게 말씀해주시곤 했는데

그 말이 방금 싼 김밥만큼 따뜻해서 참 좋았다.

엄마 말고 내 아침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어찌나 고맙고 든든하던지.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는데 수요가 적었는지 언젠가부터 김밥을 팔지 않으셔서 아쉽다.


4. 지하철역 앞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퇴근 후 들르는 지하철 역 바로 옆에 있는 마트는 정말 방앗간처럼 거의 매일 들르는 곳이다.

용건 없이 들어가는 다이소만큼 좋아한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마트 코너 곳곳을 선비처럼 유유히 걸으며 세일하는 과자는 없는지,

새로 나온 맥주는 없는지 살펴보는 일이 너무 좋다.

꼭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맥주 한 캔은 꼭 사들고 나오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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