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ringnote Mar 08. 2020

내적친분

팔로워 168 팔로잉 313.

나를 팔로잉하는 사람보다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편이다.

내가 아는 누군가(누군가가 누구였는지 기억 안 남)는 팔로워보다 팔로잉이 많은 건 간지가 안 난다며

늘 팔로워가 팔로잉수보다 많도록 유지한다는데 보다시피 간지는 애초에 국 끓여먹은 팔로잉수를

자랑하고 있다.


팔로잉수가 많아진 건 궁금한 게 많아서이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뭔가 배울 점이 있다거나 선망(?)의 대상이 된다면 팔로잉하는 편인데

팔로워에 두배에 육박하는 팔로잉수 치고는 꽤 신중하게 팔로우 버튼을 누르는 편.

한 번 팔로잉한 사람은 오랫동안 꾸준히 지켜보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적 친분이 생겨버린 사람들이 몇몇 있다.


어제는 평소 애정을 갖고 지켜보던 인스타 그래머 한 분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참 예쁜 커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커플의 예쁜 모습을 피드로 오래전부터 봐왔기 때문인 탓인지 

괜히 내가 다 벅차고,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솟아올랐다.

그런데 막상 이 마음을 밖으로 꺼내어 어떤 액션을 하자니 댓글 하나 달기도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여태껏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 한번 단 적이 없으니 나는 그녀에게 그저 지나가던 낯선 팔로워일 것 아닌가.


그녀가 아이돌이었다면 어디서 들어본 주접 드립이란 드립은 다 끌어모아 그녀가 보든 말든 댓글이라도 

달아버렸을 텐데 내가 가진건 그저 혼자 쌓아온 내적 친밀감뿐.

혼자 속으로 축하하는 마음에 박수를 치다가 '안녕하세요. ㅇㅇ씨 결혼 축하드려요! 예전부터 팔로우하고 한 번도 댓글을...'라고 댓글을 쓰려다가 그냥 다 관뒀다.


흠... 나는 잘 알지만, 상대는 나를 모르는 사이.

상대의 일상과 감성을 알고 있지만, 길에서 마주쳐도 쉽게 아는 척할 수 없는 사이.

이런 건 무슨 관계지? 

그녀와 내가 관계가 '있다'라고 말할 수는 있는 건가.


나만 아는 내적 친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한 감정일지 몰라도,

살면서 한 번도 마주쳐 본 적도 없는 여자 사람의 결혼 소식에 이렇게 기쁜 마음이 든다는 것은 

결코 '없는 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관계도 있는 거겠지.

결혼 축하해요 ㅅㅎ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매거진의 이전글 얼음 사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