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168 팔로잉 313.
나를 팔로잉하는 사람보다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편이다.
내가 아는 누군가(누군가가 누구였는지 기억 안 남)는 팔로워보다 팔로잉이 많은 건 간지가 안 난다며
늘 팔로워가 팔로잉수보다 많도록 유지한다는데 보다시피 간지는 애초에 국 끓여먹은 팔로잉수를
자랑하고 있다.
팔로잉수가 많아진 건 궁금한 게 많아서이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뭔가 배울 점이 있다거나 선망(?)의 대상이 된다면 팔로잉하는 편인데
팔로워에 두배에 육박하는 팔로잉수 치고는 꽤 신중하게 팔로우 버튼을 누르는 편.
한 번 팔로잉한 사람은 오랫동안 꾸준히 지켜보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적 친분이 생겨버린 사람들이 몇몇 있다.
어제는 평소 애정을 갖고 지켜보던 인스타 그래머 한 분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참 예쁜 커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커플의 예쁜 모습을 피드로 오래전부터 봐왔기 때문인 탓인지
괜히 내가 다 벅차고,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솟아올랐다.
그런데 막상 이 마음을 밖으로 꺼내어 어떤 액션을 하자니 댓글 하나 달기도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여태껏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 한번 단 적이 없으니 나는 그녀에게 그저 지나가던 낯선 팔로워일 것 아닌가.
그녀가 아이돌이었다면 어디서 들어본 주접 드립이란 드립은 다 끌어모아 그녀가 보든 말든 댓글이라도
달아버렸을 텐데 내가 가진건 그저 혼자 쌓아온 내적 친밀감뿐.
혼자 속으로 축하하는 마음에 박수를 치다가 '안녕하세요. ㅇㅇ씨 결혼 축하드려요! 예전부터 팔로우하고 한 번도 댓글을...'라고 댓글을 쓰려다가 그냥 다 관뒀다.
흠... 나는 잘 알지만, 상대는 나를 모르는 사이.
상대의 일상과 감성을 알고 있지만, 길에서 마주쳐도 쉽게 아는 척할 수 없는 사이.
이런 건 무슨 관계지?
그녀와 내가 관계가 '있다'라고 말할 수는 있는 건가.
나만 아는 내적 친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한 감정일지 몰라도,
살면서 한 번도 마주쳐 본 적도 없는 여자 사람의 결혼 소식에 이렇게 기쁜 마음이 든다는 것은
결코 '없는 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관계도 있는 거겠지.
결혼 축하해요 ㅅㅎ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