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ringnote Oct 02. 2020

어느 가을날의 일기



가을이다.

파래진 하늘에 괜히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싶고,

아침 바람 냄새에서 여름 특유의 꿉꿉함이 사라졌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은 참 순식간이다.

그동안 안 왔던 비가 한꺼번에 내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주야장천 비만 오길래 여름이 더 길어지겠구나 싶었는데 하루아침에 가을이 오지 않았나.

순식간에 바뀌는 계절에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는 것은 매년 이맘때쯤 가을이 왔었고, 

겨울이 오더라도 금방 또 봄이 올 것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 사람과 사계절은 지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몇 곱절의 계절을 겪어봐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인데,

적어도 사계절은 지내보라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알고 지내다 보면 상대에 대해 어떤 점은 좋고, 

나쁘다고 혼자만의 잣대로 가름하는 일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 사람이 네모인 줄 알았는데, 네모일 때도 있고 세모일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비로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사람 혹은 나쁜 사람이라고 판가름하는 일이 참 의미 없고,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추리극 속 범인 찾기도 아니고 착한 놈, 나쁜 놈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어리석을 미래의 나는 이런 생각은 언제 했냐는 듯 

해맑게 웃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을 향해 욕을 퍼부을 수 있다. 

맹세코 나란 인간은 안 봐도 뻔하다.   


그래도 함부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내가 아는 그 어떤 사람이건

나는 구태여 당신과 지지고, 볶고, 난리 부르스를 춰볼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당신과 나 사이에 조금 덜 좋은 날 있더라도 

뻔뻔하게 바뀌는 계절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사계절, 오계절을 함께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육회비빔밥의 교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