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희에게.
이 편지는 아마 오랫동안 주인에게 전달하지 못할 편지가 되겠지? 네가 내 앞에 먼저 나타나기 전까지 난 네 소식을 알길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그냥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서. 난 네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도 항상 열네살 중학생때의 모습 그대로 목이 쉴때까지 너를 웃겨줄 수 있는데 항상 네가 궁금하고 그립다.
난 항상 너랑 하고싶은 말이 뭐가 그렇게 많을까?
너랑 마흔이 되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네가 어디있는지 몰라 그냥 나 혼자라도 떠들어보려고. 왜 우리 노트 한권 돌려가며 방학때도 꽉 채워왔던 펜팔있잖아, 그것처럼.
너를 만나고 평생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또 다시 내가 글을 쓰도록 만들어주는구나.
보고싶다 친구야.
'건희에게' 시리즈는 열네살 중학교때 만난 건희라는 친구에게 서른 다섯이 되어 쓰는 편지 형식의 에세이이자 꿈에서 못다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 글로 쓸 수 밖에 없었던 고독한 수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