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

by 구름땅

문득 거울을 봤는데 입가에, 그리고 팔자 주름에 살짝 화장이 낀 게 보여 충격이었다. 어? 이런 적은 처음인데? 그냥 한 번 뒤적거려 본 머리카락에서 흰 머리카락도 7개나 발견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크게 연연해하지는 않았는데, 가끔 이런 예고 없는 신체의 변화를 확인하는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나름 관리한다고 주 2-3회 정도는 운동을 하려고 하고, 건강 보조제 등 이너 뷰티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데 세월에 따른 몸의 변화는 내가 막고 싶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지금도 당황스러운데 나중에 몸이 한 두 군데 고장이라도 나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서글플까. 아직 오진 않았지만 미리 마음의 연습을 해두어야 할 것 같다. 이런 나이 듦을 발견하는 순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노라고. 그래 이건 원래 당연한 거야-라고.


누가 제일 먼저 '나이를 먹는다'는 표현을 썼을까.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데서 유래했다는데 내가 보기엔 연륜과 경험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정말로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배가 부른 지 몸도 점점 무거워진다.


종종 옷을 갈아입을 때 속옷만 입은 채로 거울에 비친 내 몸을 앞, 뒤 돌려가며 보곤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어린 친구들처럼 더 예뻐지거나 섹시해진다거나 바라는 건 사치지. 그저 크게 몸이 불어나지 않고 소소하게 근육과 체지방의 붙고 덜어내고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싶다.


60대인 나의 엄마가 가끔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드실 때 자주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시길래 걱정된다고 말을 하면 될 것을 괜히 ’ 엄마~ 급하게 말고 천천히 마시면 되잖아~‘ 툴툴거리며 말했더니 ’ 얘~ 너도 나이 먹어봐라~! 나이 들면 그렇게 돼~!!’라고 하셨다. 먹는 즐거움이 가장 큰 나의 아빠는 치과에서 이 치료로 인해 예전만큼 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며 한동안 우울해하시기도 했다. 그래. 엄마도, 아빠도 60대는 처음이라 몸의 변화가 나처럼, 아니 나보다 훨씬 더 낯설겠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몸의 변화이기도 하고, 몸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고 있는 나 스스로도 이해해 줘야 하지만, 나이를 먹고 있는 나보다 더 어른들도 품어주는 마음으로 이해해 줘야 한다. 다들 나이 먹는 게 처음이니까. 다들 몸의 변화가 낯설고 당황스러울 테니까.


나이를 먹어도 마음만큼은 가능하면 아주 천천히 나이 들고 싶다.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은 응원할 때나 쓰고, 꼰대처럼 훈수 두고 싶지는 않다. 그저 너도 나이 먹으나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구나! 하면서 이해하고 열심히 응원해 주고 싶다.


부자던 가난한 자던 착한 사람이던 못된 사람이던 누구나 공평하게 나이를 먹는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좀 더 잘 나이 들기 위해서 내 몸도 챙기고 마음도 챙기고 가까운 사람들의 나이 듦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여유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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