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거운 부엌 이야기

냉동실 정리를 했다

by 구름땅

어째 냉동실은 비워도 비워도 금세 또 채워지는 걸까.


이번만큼은 절대로 냉동실이 터져나가게 꽉꽉 채우지 않고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사서 냉장실만 이용해야지-하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일 년도 더 된 것 같은 것들을 분류해서 비우고 나니 냉동실이 미용실이라도 다녀온 마냥 훤하다.


이건 나중에 먹어야지 하고 냉동실에 들어간 것들은 보통 절반 정도는 못 먹고 버리기 십상이다. 특히 야채나 과일 같은 것들이 남아서 얼려버린 건 손이 잘 안 간다. 차라리 시중에 파는 냉동 블루베리나 냉동 파인애플 등이 요긴하게 잘 쓰인다.


급할 때 비상식량으로 필요한 떡볶이, 곰국, 닭곰탕 같은 밀키트 조금이랑 고춧가루, 들깨 가루, 코인 육수 등 요리에 필요한 주요 재료들은 냉동실에 두면 요긴하게 쓰인다. 한 달 이내로 먹을 것 같은 것들은 냉동실에 들어가도 되지만, 그 이상이 지나도 꺼내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은 아깝지만 처리하거나 최대한 바로 사용하는 게 좋다.


파나 마늘 같은 경우도 냉장실에 두면 버리는 게 더 많아서 냉동 대파나 냉동 청양고추를 사서 쓰고, 냉장으로 파는 다진 마늘을 사서 지퍼백에 담아 살살 얇게 편 후에 냉동실에 그대로 얼려두면 요리할 때 조금씩 부숴서 사용하는데, 버리는 것 없이 아낌없이 쓸 수 있어서 좋다.


새로 밥을 지은 날에는 먹고 남은 밥은 계속 전기밥솥에 두지 말고 적당한 양을 전용 용기에 덜어 냉동실에 얼려두면 밥 하기 귀찮은 날이나 밥 할 시간이 부족할 때 바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갓 지은 밥처럼 먹을 수 있다.


떡이나 빵 종류도 소분해서 넣어둔 것은 처음에는 자주 꺼내 먹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냉동실 깊은 곳에 박힌다. 역시 먹을 만큼만 사서 아낌없이 먹어치워 버리거나 주변에 나눠 먹는 게 냉동실 다이어트에 좋다. 남은 음식을 냉동실에 얼려두려 하면 지나가던 남편이 툭 던진다. "그게 과연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나오거든~!!"하고 큰 소리는 쳤지만 괜히 정곡을 찔린 것처럼 아프다.


냉동실에 얼려두면 오랫동안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 거야-라는 나의 안일한 생각에 냉동실이 버거웠을 것 같다. 생선, 조개류, 고기 등은 냉동실에 넣어두더라도 세균 번식이 늦춰지는 거지 아예 멈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좋고, 다른 것들도 1년 이상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냉동실만큼은 한눈에 뭐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게 훤하게 관리하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오래된 것들을 꺼내 가차 없이 처분하고, 필요한 것들로만 남겨두니, 냉동실 문을 열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갑갑했던 내 마음도 같이 시원하게 비워졌다. 어렸을 때 엄마가 종종 냉장고를 뒤집어엎으셨던 것도 이런 이유였을까? 안에 뭐가 있는지 한눈에 보이는 훤칠한 냉동실을 보니 별 생각이 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