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모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사를 앞두고, 여섯 살이 되는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려 했으나, 지망한 3군데 모두 떨어졌다. 결국 단지 내 어린이집 두 군데 입소 대기 신청을 해놓았다.
며칠 후, 단지 내 집과 제일 가까운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원래는 여덟 명이 되어야 반이 개설되는데, 본인이 유아 교육에 관심이 많아 일곱 살 반은 모집 인원이 한참 부족해 이번 연도에는 개설이 어렵지만, 여섯 살 반은 현재 지원한 여섯 명으로 운영해 보겠다는 소식이었다. 사실 대기 신청을 할 때 여섯 살과 일곱 살이 혼합된 반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거리는 좀 있지만 개별반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 한 곳과 대기를 걸어놓고 고민 중이었는데, 다행히 가까운 위치의 어린이집이 개별반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어린이집 입소를 확정 지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원장 선생님께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 너무 죄송해요. 여섯 살 반도 개설이 힘들게 되었어요. 두 명이 유치원으로 간다고 해서 네 명으로는 도저히 운영이 힘들 것 같습니다. 이전에 고민하셨던 어린이집으로 지원하셔야 할 것 같아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이사할 아파트의 입주민 단톡방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입주와 관련된 고충과 관련해 몇 가지 주제로 활발히 논의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는 단지 내 어린이집 영아반 증설 문제였다. 이 아파트는 재개발 지역으로 기존 조합원과 일반 분양 당첨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 분양 당첨자들 중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가 많았기에 만 0세에서 만 2세 사이의 영아들이 많은 듯했다. 반면 어린이집에 입소 대기 신청한 만 4~5세인 유아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듯했다. 그래서인지 단지 내 어린이집 세 군데 중 한 군데만 여섯 살과 일곱 살 개별반으로 운영될 예정이었고, 나머지는 혼합반으로 운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집 앞 어린이집도 원래는 혼합 반으로 계획되었으나 일곱 살 인원이 부족해 여섯 살 개별반으로 운영될 계획이었으나, 결국 이 마저도 무산된 것이었다.
요즘 저출산으로 인해 영유아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정부와 교육부는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늘릴 수 있을지 대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정작 나부터 첫째의 어린이집 입소와 유치원 입학 문제로 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 1인당 돌봐야 하는 영아의 수가 적기 때문에 영아반에 들어가는 것은 어느 어린이집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외벌이 가정의 경우,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회사에 거짓으로 명의를 등록해 맞벌이로 둔갑한 뒤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들이 이런 방법까지 써야 하는 현실이야말로 보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지난해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며 유보통합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첫째의 유치원 지원을 위해 '처음학교로'라는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큰 실망을 했다. 유보통합 포털사이트라는 이름과는 달리, 여전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각각 따로 입소 대기 신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선발방식이 다르다. 어린이집은 보육 점수에 따라 순서가 밀리기도 한다. 유치원과는 다르게 보육 상황에 따라 선발될 수 있는 점수가 다르게 부여된다. 예를 들어 맞벌이 가정, 다자녀 가정은 외벌이 가정, 외동자녀 가정에 비해 더 높은 점수가 반영된다.
반면 유치원은 각 원마다 기준이 달라 예측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 및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지만, 지역 내 인기 있는 유치원의 경우 대부분의 가정이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어떤 유치원은 등하원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개별 등하원을 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면 선발에 유리하게 적용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준이 맞벌이 가정보다 우선순위가 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현재 일도 하고 있고(맞벌이 가정), 둘째도 있지만(다자녀 가정), 결국 첫째가 지원한 세 곳의 어느 유치원에서도 선발되지 못했다. 이는 아이와 부모의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채, 원 운영에 유리한 방식으로 유아를 선발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갖게 했다.
지금도 추가 모집을 하는 유치원이 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이유로 선택받지 못한 곳이기에 선뜻 아이를 맡기기가 망설여진다. 결국 아이들은 원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부모들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유보통합이 시행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보육과 교육을 받고, 부모들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방향은 유치원 교사와 보육 교사의 처우 개선 등 행정적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부모와 아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 같다.
유보통합의 핵심은 교육과 보육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보육과 교육은 분리될 수 없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식을 기르고 가르치며, 보육과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지금의 부모들 역시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해답은 명확하다.
사실 0~4세까지는 어린이집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5세부터는 유치원이라는 선택지가 추가되며 본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어린이집은 7세까지 보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5세가 되면 유치원에 다니게 된다. 결국 5세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의 양립으로 인해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0~4세는 어린이집에서, 5~7세는 유치원에서 맡는 식으로 연령별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듯 싶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유치원의 긴 방학과 빠른 하원 시간 때문에 보육이 더 용이한 어린이집을 선택하지만, 늘 유치원과의 교육 차이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유치원에서도 보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도 일부 유치원이 방과후과정과 특별활동을 운영하며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맡아주고는 있지만, 이는 기관별로 차이가 크다.
최근 뉴스에서 "초등학교 170곳이 올해 입학하는 학생이 없어 입학식을 못 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도 해당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결국 유보통합의 문제는 단순히 영유아 교육기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유아 보육 및 교육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학령인구 감소 문제의 전조일지도 모른다.
올바른 유보통합은 아이들과 부모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과 보육을 단순한 행정적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이들이 연속적인 교육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교육하는 과정이 더 이상 고된 선택이 되지 않도록, 부모와 아이들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유보통합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