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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

함께 채우는 마음

by 권선생

청약 당첨 소식을 들었을 때, 설렘과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로부터 1년 반. 이제 20일 후면 진짜 우리 집으로 이사를 한다.


결혼 후 첫 이사를 하면서 배운 것이 많다. 이사는 단순히 짐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로운 공간에 익숙해지고, 가족의 일상을 다시 그려 나가는 과정이다. 결혼 5주년을 맞이할 동안 우리는 네 식구가 되었고, 드디어 우리만의 안락한 첫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우리 집'이라고 생각하니, 하나둘 채우고 싶은 것들이 떠올랐다.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적어 보며 혼자 행복한 상상을 했다.


삶의 질을 한껏 상승시켜준다는 식세기 이모님(식기세척기)과 로봇 청소기. 이제 아이들들도 6살, 4살이니(나의 수면의 질을 고려해) 분리 수면을 시도해 보려 한다. 아이들 침실에 들어갈 침대, 패밀리 침대를 만들며 처분했던 우리 부부의 침대 프레임도 다시 장만해야 한다.

신혼 때 혼수로 했던 냉장고도 이제는 한물간 '뚱냉(뚱땡이 냉장고)' 스타일이라 교체하고 싶고, 집 면적에 비해 다소 작은 소파도 요즘 유행하는 모듈 소파로 바꾸고 싶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의 집이지만, 동시에 은행의 집이기도 한(대출이 남아 있으니) 현실 앞에서 그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다행히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는 뜻이 맞았다. 그러나 냉장고와 소파를 두고는 입장이 달랐다. 나는 주방과 조화를 이루는 키친핏 냉장고를 원했지만, 남편은 고장도 나지 않은 냉장고를 왜 바꿔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소파도 마찬가지였다. 의견이 엇갈릴 때마다 감정이 상하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쌓여갔다.


생각이 다를 때, 우리는 부딪치기도 했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한 발짝씩 물러서며 조율해 나갔다. 주방은 내가 더 많이 사용하는 공간이니 나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고, 아직 아이들이 어려 소파에서 뛰고 흘리는 일이 많으니 소파 교체는 잠시 미루기로 했다.


살다 보면, 서로의 생각이 다름이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그 차이를 좁히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한 사람이 전부 양보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야 하고, 때로는 먼저 다가가야 한다. 그렇게 조율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관계는 단단해진다.


결국 인생도, 가족도,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집도 조율의 연속일 것이다.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고,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순간들이 모여 결국 '우리 집'을 완성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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